청와대가 나서서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는 해설까지 곁들여 정치권과 국민 모두가 지혜로 삼아야 할 말씀이라고 전했다. 다수의 언론이 화엄경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여과없이 보도했지만 실상은 화엄경에서는 이와 유사한 문구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출처가 불명확하고 진정성을 찾기 힘든 정보가 급증하고 있다. 솔개가 40살이 되면 갱생하기 위해, 무뎌진 부리를 바위에 쪼아 버리고 새로 돋은 부리로 발톱과 깃털 마저 뽑아낸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근거 없는 우화일 뿐이다. 미꾸라지의 천적인 메기를 함께 수조에 집어넣으면 미꾸라지가 더욱 건강해진다는 메기론, 물의 온도를 서서히 높이면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개구리가 속수무책으로 삶아져 죽는다는 개구리론 등이 모두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모로 가나 기어 가나 서울 남대문만 가면 그만이지, 화엄경에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어떻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야기의 존재가치는 듣는 사람의 지식을 확장하여, 인식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아무리 잘 이해하고 감동을 받더라도 실천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가 “머리에서 손까지”라고 하지 않던가. 한 순간의 거짓(!) 감동은 단거리 이동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궁극적인 실천의 동력으로는 미흡하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우형록 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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