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동전없는 사회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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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100원만…’ 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동전을 쓰는 사람도 들고 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집안이나 사무실 서랍 여기저기 처박혀 있는 신세가 됐다. 동전을 모으던 돼지저금통도 요즘은 잘 보이지 않는다. 동전 사용이 줄면서 한국은행은 2006년부터 1원과 5원짜리 동전 발행을 중단했다.

 

정부가 ‘동전없는 사회(coinless society)’를 만들겠다고 한다. 일상 경제생활에서 동전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거스름돈을 계좌 이체, 충전식 선불카드, 카드 포인트 등으로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천원을 내고 500원짜리 껌 한 통을 구입했다면 거스름돈 500원을 지금의 동전이 아닌 다른 수단, 즉 카드 포인트나 마일리지, 전자화폐 등으로 거슬러 주는 방식이다. 선불카드나 사이버머니 등 다양한 형태의 지급 수단을 통해 사용하기 불편하고 관리 비용이 많이 드는 동전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동전은 새로 만드는데 필요한 비용 대비 사용빈도와 효율성을 고려하면 경제적 부담이 크다. 실제 10원짜리 동전 하나를 발행하는 데 30원 정도 든다. 동전이 잘 회수되지 않아 매년 동전 발행에만 500억원이 소요된다. 파손된 동전을 폐기하는 비용으로도 100억원을 지출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은행은 2020년까지 ‘동전없는 사회’를 구현할 계획이다. 이는 ‘현금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로 가는 중간 단계라고 봐도 된다. 한국은행은 당장 내년 초부터 편의점에서 상품을 사고 지불한 현금의 거스름돈을 교통카드에 충전해 주는 식으로 시범사업을 한다. 이후 동전을 많이 쓰는 마트ㆍ약국 등 소매업종 전반으로 늘릴 계획이다. 거스름돈도 교통카드뿐 아니라 신용카드 충전이나 본인의 은행계좌 송금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라오스에서는 이미 ‘동전없는 사회’의 시스템 적용을 시작했다. 유럽의 일부 국가는 금융거래의 투명성, 금융기관의 비용 절감, 지하경제 축소 등을 위해 현금 사용을 제한해 ‘현금없는 사회’로 가고 있다.

 

동전없는 사회는 지폐 단위에 따른 물가 상승, 전산 및 보안문제가 생길 수 있어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노인 등 금융거래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이제 동전은 공중전화 걸 때, 즉석복권 긁을 때, 대형마트에서 카트 꺼낼 때 사용하던 ‘추억의 동전’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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