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멈춰선 최순실 고통 시계

유제홍 인천본사 정치부국장 jhyou@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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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는 ‘거꾸로 매달려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라는 말이 있다. 병사들이 군 생활이 어려울 때마다 ‘아무리 힘들어도 국방부 시계는 돌고 제대할 날이 온다’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던 말이다.

 

박근혜-최순실 비선 정국이 벌써 몇 달째 국민의 가슴에 비수를 꽂아대고 있지만, 찢어진 가슴을 어루만져 줄 치유의 시계는 도무지 돌아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여당은 대통령 지지도 4%라는 충격적인 민심에도 비박 친박간의 네 탓 공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야당 역시 대통령과 여당이 국민으로부터 탄핵당한 국가적인 비상사태에도 뚜렷한 대안 제시를 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 촛불 민심의 뒷켠에 숨어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계산만 하고 있다. 그 많다던 잠룡들 중 누구 한명 앞으로 나서 국민과 국가를 위해 책임지겠다는 이도 없다.

 

국민의 알권리 해갈을 기대했던 국회 청문회는 주요 증인 불참과 대기업 총수들의 성의없고 형식적인 답변으로 찢어진 상처에 소금만 뿌리는 격이 되고 말았다.

 

인천지역 정가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지역 정당과 정치인들은 민심의 상처보다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이 끼칠 2018년 지방선거에 벌써 셈이 가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측은 이 정국이 2018년 재선 도전에 미치게 될 영향 분석과 대책 마련에 분주하고, 야당에서는 차기 시장 유력후보의 당선론과 프로필이 일찌감치 나돌고 있다. 광역·기초의원들도 여야 할 것 없이 차기 지방선거에만 모든 촛점을 맞추고 있다.

여당 소속 지방의원은 어떻게 이 정국을 빠져 나갈 수 있을까에 골몰해 있다. 야당 소속 의원들은 이 분위기에 편승해 다음 지방 선거에서 좀 더 편한 당선을 기대하며 표정 관리를 하고있다. 공직사회조차 민심 걱정보다는 최순실 정국이 차기 지방선거 미치는 영향과 판세 전망에 관심 더 많다.

 

아픈 민심을 아우르는 손길은 정가 어디 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멈춰선 이 고통의 정국에서 국민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까를 생각하면 태산같은 답답함이 숨통을 조여온다. 결국 멈춰선 최순실 고통 시계는 그 누구도 아닌 국민 스스로 해결하고 치유해야하는 나라가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유제홍 인천본사 정치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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