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촛불혁명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기자페이지

1180572_1087329_1027.jpg
“1234567. ‘우주의 기운’이 담긴 투표다”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인터넷과 SNS에는 ‘숫자 패러디’가 화제였다. 박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기권표만 제외하고 숫자로 정리하면 신기하게도 숫자 1234567이 차례로 나온다.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명(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찬성 의원 234명, 반대 의원 56명, 무효 7개를 연결하면 이렇게 된다. 네티즌들은 “숫자 1234567이 다 나왔다”며 “운명이다” “신기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 판결은 (그 다음 숫자인) 89일 만에 나오는건가”라고 했다. 89일째 되는 날은 내년 3월 7일이다.

 

이날 국회 표결에서 국회의원 찬성 비율도 화제가 됐다. 8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78.2%였다. 9일 국회 정족수인 300명 의원 중 찬성표를 던진 234명(78%)과 비율이 같다. 국민 여론이 그대로 표결에 반영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은 1개의 촛불이 50일 만에 230만 개로 번지면서 이뤄낸 ‘촛불혁명’이다. 국정을 농단한 부정한 권력을 권좌에서 끌어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는 국회 탄핵안 표결에서 압도적 결과로 나타났다.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넘실거렸던 거대한 촛불의 파도와, 청와대를 둘러싼 분노의 함성이 이뤄낸 성과다. 불의에 맞서 함께 뜻을 모을 때 더 커지는 촛불의 힘은 칼바람에도 꺼지기는커녕 횃불이 됐고, 들불처럼 번졌다.

 

탄핵이 가결됐음에도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7차 촛불집회가 10일 전국에서 열렸다. 탄핵 가결로 성남 민심이 다소 누그러지고 매서운 추위에 열기가 식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촛불은 여전히 활활 타올랐고 열기도 뜨거웠다. 이번엔 헌재 앞에서 ‘탄핵을 인용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국민의 명령이다’ 등의 구호도 연호했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은 전적으로 국민의 힘이자 촛불 시민혁명의 승리다. 오늘의 촛불은 4·19혁명, 6·29항쟁에 이은 12·9혁명으로 한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할 것이다.

 

국회 탄핵은 가결됐지만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국회는 박 대통령 퇴진 이후 진짜 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함께 할 것이다.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를 노래하며.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