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김진욱 색깔의 ‘kt 야구’

2015년 1군 무대에 데뷔한 프로야구 kt wiz가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며 기존 구단과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이에 kt는 3년 동안 팀을 이끈 조범현 창단 감독을 대신해 김진욱 전 두산 베어스 감독에게 새 지휘봉을 맡겼다. 

신임 김진욱 감독과 조범현 전 감독은 과거 OB 베어스(현 두산)에서 투수와 포수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그러나 두 감독의 지도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 조범현 감독이 과묵하고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지도하는 스타일인 반면, 김진욱 감독은 화통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의 지도자다. 

▶지난 10월 18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은 “김진욱의 야구가 아닌 kt만의 틀을 만들겠다”고 했다. 자신의 지도스타일을 반영한 야구가 아닌 신생구단 kt의 고유 색깔을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그는 사령탑 부임 후 수원과 익산에서 한 달여의 마무리 훈련을 통해 팀 분위기를 바꾸는데 주력했다. 방송 해설자로 두 시즌을 지켜보며 kt의 팀 분위기가 신생팀다운 활기와 패기가 실종됐다는 판단에서다. 

▶김 감독이 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시도한 첫 선택은 선수들과의 모바일 메신저 소통이다. 처음에는 낯설어했던 선수들이 이제는 주저없이 감독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속내를 털어놓을 정도로 달라졌다고 한다. 또한 김 감독은 코치들에게 “선수들을 가르치지 말라”고 주문했다. 선수를 지도하는 것이 직업인 코치들에게 가르치지 말도록 주문한 것은 ‘주입(注入)’이 아닌 ‘선수 스스로 터득하도록 도우라’는 의미란다. 

▶지난달 16일 필자와의 첫 만남에서 김진욱 감독은 “선수들이 눈치 보지 않고 야생마처럼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운동을 즐기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성향이 좋은 선수가 성공한다. 성향의 기본은 인성이다. 인성이 되면 좋은 성향이 만들어지고, 좋은 야구를 한다”고 강조했다. 스포츠에 있어서 감독의 성향은 팀컬러의 형성과 성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조범현 감독이 지난 3년 동안 팀 골격을 만들었다면, kt의 인성(팀 컬러)을 만드는 몫은 김진욱 감독의 것이다. ‘자율야구’를 강조한 김진욱 감독과 함께하는 kt의 새로운 야구가 내년 시즌 어떤 모습으로 팬들에게 다가설 지 기대가 된다.

황선학 체육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