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通하였느냐?

이명관 사회부 차장 mk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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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흥과 국민 행복, 문화 융성을 통해 부강하고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2월25일 취임사에서 천명한 내용이다.

그러나 4년이 흐른 작금의 시점에 국민은 충격과 실망, 분노를 참지 못하고 촛불 하나에 의지해 거리로 나섰다.

 

박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의 결과물이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한 후 박 대통령은 3번의 국민담화를 했다. 그러나 국정담화 때마다 촛불집회의 인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갔다. 심지어 미소까지 띄운 채 임했던 마지막 3차 담화는 수천만 국민들의 의지를 담아 200만이 넘는 국민들을 결집시켰다.

 

국민담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기자단의 질문을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 만약 국민의 궁금증을 대신한 기자의 질문에 진심으로 대답하고,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인정했다면 현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과론적인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최근 화마로 삶의 터전을 잃어 실의에 빠진 상인들을 위로하기 위한 박 대통령의 대구 서문시장 방문은 또 다른 불통의 예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박 대통령은 4지구 일부를 둘러본 뒤 10여 분 만에 시장을 나왔다고 한다. 대통령이 전하는 위로의 말 한마디를 직접 듣고자 했던 상인들이 실망감에 분노한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며칠 전 국정조사에서 조원동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 “대통령 말에 토 달기 쉽지 않았다”는 증언이나,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기로 했지만 바리케이트를 치며 접근을 어렵게 했던 상황 등 불통의 흔적은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같은 시기 벌어졌던 촛불집회는 소통의 힘이 어떤 것인지 보여줬다.

마음속에 담았던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2만여 명이 모인 첫 촛불집회는 200만 명이 넘는 촛불집회까지 이어지며 누적인원 748만 명(서울 586만 명)을 기록했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수백만 명이 모였음에도 질서정연하고 평화롭게 이뤄졌던 이번 집회는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뻗어나가 잔잔한 감동까지 전했다. 결국 국회에서도 이 같은 민심을 받들어 탄핵 소추를 통과시켰다. 조금은 늦었지만 검찰도 박 대통령의 중대범죄 혐의에 대해 공모 사실을 확인했다.

 

이제 남은 것은 국민의 신뢰성을 등에 업은 특검이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이다.

 

소통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때이다.

 

이명관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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