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뺑뺑이’의 공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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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시험과 선발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는 계절이다. 대학입시와 채용전형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유치원의 경쟁률도 무려 100 대 1에 이르는 지역이 있다고 한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선발의 공정성 문제는 제기되기 마련이다. 

이렇다 보니 단순해 보이는 제비뽑기마저 복잡다양하다. 소위 ‘뺑뺑이’로 알려진 제비뽑기는 상자에서 추출되는 공의 색깔이나 번호로 당락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생 선발에 포괄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공의 감촉이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부정행위가 가능하다는 논란이 일자, 추첨자가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뽑거나 릴레이 방식을 도입하였다. 릴레이 방식은 당첨자들이 연이어 다음 당첨자를 추첨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추첨도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뺑뺑이는 아무리 세련되어도 뺑뺑이일 뿐이다. 선발 기법과 도구를 개선하여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공정성은 ‘노력 대비 결과’라는 심리적인 비율에 기초한다. 이 비율에서 타인과 자신이 상이할 때 불공정하다고 느끼게 된다. 상대적인 비율을 동일하게 조성하는 방안은 세 가지로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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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보상 또는 자원과 같은 결과를 공평하게 나누는 ‘분배공정성’이다. 그리고 ‘절차공정성’은 의사결정의 과정과 체계가 합당한지에, ‘상호작용공정성’은 정보와 존중을 충분히 받았는지에 주목한다. 세 가지 공정성은 서로 독립적이며 어느 하나가 미흡해도 인간은 불공정하다고 인식한다.

 

한편, 아무리 노력해도 바꾸기 힘든 성별, 출신지역, 외모 등을 선발기준으로 삼을 때 우리는 차별이라고 느낀다. 노력에 의해 결과가 변화될 수 있다는, 공정성 비율의 기본가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노력 여부와 무관한 확률에 의존하는 제비뽑기는 불공정하다는 감정을 피할 수 없다. 투명한 절차와 충실한 상호작용을 개선해서 보완되는 단점이 아니다.

제비뽑기는 결과의 균질화가 선행되어야 공정성 확보에 효과적이다. 즉, 추첨으로 배정될 각 학교의 교육서비스 질을 평준화하거나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자원 확충에 정책을 우선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진국의 문턱에서 이제는 시험과 선발의 궁극적인 목적과 공정성을 되짚어 봐야 한다.

 

우형록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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