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대선 테마주의 민낯

▲
5년마다 치르는 대선을 앞두고 정국이 요동을 치다 보니 소위 대선 테마주라는 것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어차피 주식 투자가 수익을 얻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하는 것이니 어떤 회사 주식을 사든지 전적으로 자신의 결정이요 책임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종류의 투자가 합리적인지는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주식은 가격이 무작위로 움직이는 종이딱지가 아니다. 주식은 해당 기업의 지분증서다. 따라서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면 지분의 가치도 오르고 주가도 올라간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주가는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곳에서 결정이 되지만 길게 보면 기업의 가치로부터 멀리 떨어질 수 없다.

 

어떤 회사가 대선 테마주로 분류되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최대주주가 유력 정치인의 출신 대학 동문회장인 경우, 회사 임원 중 한 명이 정치인의 친척인 경우, 회사 대표가 정치인과 고교 동창인 경우 등등에서 급기야 최대 주주 본인이 유력 정치인인 경우까지.

 

▲
그런데 요즘 같은 사회 분위기에서 차기 대통령과의 사소한 인연으로 기업의 가치가 얼마나 클 수 있을까? 혹시 최순실의 경우처럼 초기에 잘 나가다 한순간에 몰락할 가능성은 없을까? 법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일단 편의상 곱절로 커진다고 가정하자. 어느 정치인이 대통령이 될 확률이 25%라면 기업의 가치는 25% 증가할 것이고 주가가 그만큼 오르는 것이 정당화될 수도 있다.

그런데 요즘 대선 테마주의 주가는 하루 상한가 30%는 기본이고 2~3일 만에 50% 이상 오르는 경우도 흔하다. 최대주주가 현재 유력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어느 대선 테마주는 지난번 대선을 앞두고 2만원이던 주가가 16만원을 넘어갔다 폭락하기도 했다.

 

대선 테마주를 사고파는 사람들은 기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가격이 올라가는 종이딱지를 사서 뒷사람에게 더 비싸게 팔겠다는 사람들이다. 단기간에 급등하는 시세에 현혹된 사람들이 몰려들 때는 모두가 즐겁지만 잔치가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투자자들의 돈을 들고 튀는 사기꾼만 없을 뿐 폰지 사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서구 가치투자자문 대표이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