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밥을 먹고(혼밥), 혼자서 술을 마시고(혼술), 혼자서 영화를 보는(혼영) ‘나홀로족’이 크게 늘어났다. 혼자서 여행을 하고(혼행), 혼자서 캠핑을 하는(혼캠) 이들도 많고, 혼자서 연말을 보내겠다는 ‘혼말족’도 있다.
예전 같으면 지인들과 송년회 자리를 만들어 떠들썩한 시간을 보내거나,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거나, 크리스마스·연말연시를 함께 보낼 애인을 찾기 위해 소개팅에 나서는 것이 젊은이들의 흔한 연말 풍경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면서 홀로 가는 해를 정리하고 오는 해를 맞이하겠다는 ‘나 홀로 연말족’이 늘고 있다. 운동ㆍ여행ㆍ취미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휴식과 재충전을 통해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갖겠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이유로 ‘혼자 술을 마시는’ 이들을 그린 tvN드라마 ‘혼술남녀’가 2030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얼마전 종영했다. 개인 인터넷방송에선 혼자 음식을 시켜놓고 먹는 모습을 찍어 방송하는 ‘먹방’이 주요 콘텐츠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혼밥ㆍ혼술ㆍ혼행 등의 신조어에는 변화하는 가구 구성 세태가 그대로 묻어 나온다. 바로 1인 가구의 증가다.
통계청이 발간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6’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된 가구 유형은 ‘1인 가구’로 나타났다. 지난해 1인 가구는 520만3천440명으로 전체 가구의 27.2%를 차지해 2010년 23.9%보다 3.3%포인트 증가했다. 통계청은 이런 추세라면 20년 뒤인 2035년에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4.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젊은 연령층의 미혼율 증가와 노년층의 독거가구 증가가 가장 큰 이유다. 청년층의 만혼(晩婚)ㆍ비혼(非婚)의 급속한 증가는 결혼을 해 2인 이상의 가구를 형성하는 대신 독신으로 남아 1인 가구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사회 구조의 변화로 나홀로족은 우리사회의 흔한 풍경이 됐다.
1인 가구와 경제 불황, 개인주의, 개성, 더치페이 등의 트렌드가 혼밥ㆍ혼술 문화를 만들었다. 젊은 세대에서 시작된 혼밥ㆍ혼술은 중년에서도 거부감 없는 현실이 됐다. 혼밥ㆍ혼술ㆍ혼행이 멋있어 보일 수도 있지만 함께 할 누군가가 없어 혼술ㆍ혼말일 수도 있다. 그 이면은 우울하고 외로울 수 있다. 나홀로족을 사회현상이겠거니 방관만 해선 안될 것 같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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