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년 전 능행차의 완벽한 재연이었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서울시가 참여했고, 금천구ㆍ의왕시ㆍ안양시가 참여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화합에 한 방송사는 ‘지상 최대의 퍼레이드’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그 속에 숨겨진 구멍이 있었습니다. 정조대왕이 화성시로 넘어가지 못했습니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가 있는 융릉(隆陵)을 참배하지 못했습니다. 지상 최대의 퍼레이드가 남긴 지상 최대의 구멍입니다.
그 책임이 장관님께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지금 수원시와 화성시는 최악의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그 핵심에 군(軍) 공항 이전 문제가 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군 공항은 현재 수원에 있습니다. 이 공항을 옮기려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 이전 예정지로 화성을 꼽습니다. 군 공항 이전은 늘 예민한 현안입니다. ‘절대 안 받겠다’는 화성시민들이 있습니다. 이런 여론을 업은 화성시장이 선두에 섰습니다. 대화조차 안 하겠다며 수원시와의 교류에 담을 쳤습니다.
장관님 때문입니다. 장관님이 법률을 위반하고 계셔섭니다. 2014년에 만들어진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어기고 계십니다. 그 법 1조를 보십쇼. ‘군 공항 이전 사업을 원활하게 시행하고… 주민의 복리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 법 4조에 장관님의 책무가 적혀 있습니다. ‘국방부 장관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군 공항 예비이전 후보지를 선정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그걸 안 하시는 겁니다.
1년 반 전에는 이러지 않으셨습니다. 2015년 5월 8일에 경기 남부 10개 시ㆍ군 사전 설명회가 있었습니다. 주관한 곳이 국방부였습니다. 그해 6월 4일에는 지자체가 올린 이전 건의서를 승인한다고 통보하셨습니다. 거기 찍힌 직인이 장관님의 것입니다. 그런 장관님의 약속을 믿고 수원시는 4조원짜리 계획을 다듬었습니다. 그 4조원을 받을 지역의 관심도 덩달아 커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전 후보지 선정 단계에서 손을 놓으셨습니다.
혹시 법 조문이 ‘해야 한다’는 강행규정이 아니고 ‘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이니 안 해도 된다고 변명하시렵니까. 아니죠. 없던 법을 굳이 만든 것 자체가 ‘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어려운 군 공항 이전을 법에 의거해 추진하라는 명령입니다. 일반법을 지배하는 특별법에 위치시킨 것도 그래서고요. 장관님도 당연히 그 법의 지배를 받으셔야 합니다. 법이 국방부에 내린 명령을 이행해야 합니다. 이게 입법 취지에 맞는 겁니다.
직무유기십니다. 정당한 사유를 말하지 않으면서 법률이 정한 행위를 거부하시니까요. 복지부동이시기도 합니다. 혹시 모를 후보지역의 반발을 피하려고 움츠리신 거니까요. 법률 무력화일 수도 있겠네요. 장관님이 법 4조를 안 지켜 5조부터 22조까지가 몽땅 휴지조각이 됐으니까요. 직무유기 안 하는 장관님, 복지부동 안 하는 장관님, 법률 무력화 안 하는 장관님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군의 결정은 이거다’라고 하시면 되는 겁니다.
얼마 전, 어떤 시장님이 밤 12시에 다른 시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더랍니다. 그리고 격하게 비행장 불만을 퍼부었다고 하네요. 220년 동안 잘 지내던 두 동넨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요. 계속 버려두면 일 날 거 같습니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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