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연탄은 타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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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묻는다/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뜨거운 사람이었느냐/반쯤 깨진 연탄/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연탄 시인’으로 잘 알려진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에 나오는 한 구절. 연탄의 이러한 ‘뜨거운 존재’가 지금쯤은 활활 타오를 시즌이다. 아직도 연탄은 16만 가구 서민층에게서는 더할 수 없는 겨울 난방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년 같으면 전국적으로 평균 150만장의 연탄이 연탄은행에 기부되어야 하는데 지난달 말 현재 96만장 선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에 비해 36%나 감소한 것이다.

 

어떤 지방의 경우 연탄은행에 후원금이 바닥나 공장에서 외상으로 연탄을 얻어다 급한 가구에 공급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매년 20~25만장의 연탄이 기탁됐는데 올해는 고작 20% 수준도 안 되는 3만5천장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탄 한 장에 500원. 커피 한 잔이면 4~5장을 거뜬히 살 수 있는데 왜 이렇게 세상 인심이 각박해졌을까?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설명하는 교수님이 있었다.

 

물론 첫 번째로 꼽는 것은 경제 불황. 기업이나 개인 모두가 경제 불황에서 예외일 수가 없다. 두 번째는 소위 ‘김영란법’으로 통하는 청탁금지법의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는 것. 무조건 기부 행위는 규제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속 편하게 외면해 버린다는 분석이다.

 

세 번째는 ‘최순실 게이트’로 빚어진 분노와 갈등의 나라 분위기. 이 같은 분위기에서는 ‘선행’이라는 행동이 쉽게 작용하지 않는 것이다. 특별한 사람들은 말 한 마디로 검은 뭉칫돈이 왔다갔다하는 판에 우리가 몇 푼 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자괴감이 앞서기 때문이다. 소위 ‘집단 허무주의’.

 

그래서 해마다 벌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이 계속 저조한 것도 이런 사회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목표액 3천588억원의 1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니 ‘이웃 사랑’마저도 얼어붙은 것인가.

 

닉슨 미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에 몰렸을 때 미국 사회가 가장 우려한 것도 그것이 법률위반 여부를 떠나 대통령의 거짓말이 사회윤리의 ‘집단 불감증’을 가져오는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었다. 대통령도 거짓말을 하는데 우리들이 거짓말 좀 하면 어떠냐는 생각이 자라나는 세대에 독소가 된다는 주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순실게이트는 국민 정신건강을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를 퍼뜨린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오죽하면 분노와 배신, 좌절감으로 고통을 겪는 ‘국민화병’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까?

그러나 이런 속에서도 인기방송인 유재석이 4년째 8만장의 연탄을 기부했다는 보도가 신선하다.

 

또 인천시 남동구 ‘사마리아인의 식당’에서는 요즘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100여 명의 노인과 노숙인들에게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남모르게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곳저곳에서 오아시스 샘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사람이 더욱 많아져야 우리 사회는 살맛 나는 세상, 따뜻한 세상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이렇다 저렇다 해도, 그로 인한 좌절감과 분노가 커도, 연탄 한 장 전하는 우리들 사랑의 불꽃은 더욱 타오르게 하자. 그렇게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맞자. 가난한 사람들의 추위를 녹이자.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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