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말은 미국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 대통령이 재임 중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던 내각의 각료들을 제쳐두고 자신의 친구나 지인과 같이 국정을 논의한데에 유래했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직책을 부여 받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대통령 관저의 부엌을 편하게 들락날락할 정도의 측근이었기에 국정에 더욱 깊숙이 관여할 수 있었다. 당연히 그 시대 워싱턴의 국정이 잘 돌아갈리 만무했다. 로널드 레이건도 적극적으로 ‘키친 캐비넷’을 활용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민영화를 열렬히 신봉했던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기업인들로 채워졌었는데, 이 시기부터 확산된 신자유주의의 근원을 짐작케 한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승만 대통령 역시 ‘키친 캐비넷’을 적극 활용했다. 그는 광복 전후, 미군정기,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자신의 측근인 미국인들의 조언과 자문에 의지했다. 미국과의 외교에서도 정상적인 외교채널보다는 자신을 숭배했던 이들을 더욱 중용했다. 문제는 비록 이승만에 대한 충성심은 높았을지 모르지만 한국 전체의 국익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었다는 데에 있다. 전직 미 전략정보국(OSS) 출신 프레스턴 굿펠로우(Preston Goodfellow)는 미군정의 잠정적 묵인 하에 당시 한도를 훨씬 뛰어 넘는 은행 차입을 받았고, 이 액수의 반은 이승만의 정치자금으로 흘러갔다. 이 정치자금은 말 그대로 이승만의 정치자산이 되었다.
국정운영자에게 흉금을 터놓을 사람조차 없는 것은 한 개인의 불행이다. 하지만 바로 그 사람에게 국정이 휘둘리는 순간 국민이 불행해진다.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추운 평일과 주말 거리를 도심을 지키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주방에서의 안식이 필요한 때인데.
조의행
신한대학교 초빙교수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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