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고향에 대한 고마움과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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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에 고향 포항에 있는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했다.

 

바쁘신 가운데도 오프닝 행사에 참석하시어 축하와 격려의 말씀을 주신 여러 인사들과 자리를 빛내 준 초등학교, 여자고등학교 동창생들과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여러분들께 늦게나마 경기일보를 통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슴에 새기고 고향을 떠난 지 40여년 만에 그림으로 고향을 찾은 셈이다.

 

80년대는 순환에 의한 영원한 생명의 근원인 ‘물’을 조형적으로 실험하였고, 90년대는 우주의 에너지(氣)를 비상(飛翔)하는 ‘새’를 통해 조형화 하였으며, 2000년대는 아름다움과 고난의 양면성을 진실로 하는 ‘꽃’을 표현하였다.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변하고 생활이 변하듯 이를 바라보는 나의 눈과 마음도 변할 것이며 따라서 나의 예술세계와 조형적 실험도 끊임없이 변화된 모습을 보일 것이다.

 

고향은 떠나야 ‘고향’이다. 이 마음의 ‘고향’은 나의 탄생이요, 자람이며, 학습이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향’은 그리움과 사랑과 추억이 고여 있는 마음의 샘물이다. 그러나 산업입국의 숨 가쁜 질주 끝에 이룩한 경제적 풍요와 삶의 여유로움이 포항에도 곳곳에 드러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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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자랑인 포스코의 공장과 하늘에 치솟은 굴뚝, 용트림으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함대가 집결한 듯한 아파트 단지, 혼란스런 간판과 명멸하는 불빛들, 강물처럼 흐르는 차량들의 행렬들은 40년 만에 찾은 나에게는 에뜨랑제의 낯설음 만 안겨 주었다.

 

하지만 아직도 교향악으로 울려오는 바다소리가 있고, 창공을 비상하는 물새의 자유로움이 있으며, 산과 들에는 이름 없는 꽃들의 아름다운 색깔과 향기가 있지 않는가?

 

유한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들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라면, 그 행복의 핵은 바로 문화적 삶일 것이다. 이제 고향인 포항도 오페라와 연극이 있고, 무용과 음악의 발표회가 열리고, 미술전시회와 거리문화가 있는 문화도시로 발전되었으면 하는 것이 고향을 아끼는 출향민의 바람일 것이다. 

산업화, 상업화된 척박한 환경을 낭만과 정서의 문화가 흐르는 여유로운 삶의 터전으로 바꾸는 것이 고향을 ‘고향’으로 재생시키는 도시정책의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그런 모습의 고향을 다시 찾아 역작으로 작품전을 열어 많은 분을 초대하고, 바다와 물새와 꽃을 만나고 싶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어머니처럼 고향의 바다는 항상 나를 부르고 안아 줄 것 같기에.

 

윤옥순  골드창작스튜디오갤러리GL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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