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블랙리스트

이선호 문화부장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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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주의하고 감시해야 할 대상, 요주의 인물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명단을 작성한다. 이 명단을 이른 바 블랙리스트라고 한다. 블랙리스트라는 단어에 연상되는 이미지는 ‘감시’, ‘문제’, ‘저항’, ‘반사회’, ‘비공식’ 등 부정적이다. 블랙리스트는 통상 비공식적으로 작성되는 것이지만 세간에 공개됐을 때 파장은 걷잡을 수 없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확인되고 있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또 다른 공분을 사고 있다. 정권에 대해 부정적 발언을 한 인물 등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있는데 무엇을 하려고 작성했는지,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에게 실제 어떤 불이익이 돌아가게 했는지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제5공화국 군사정권 시절 배우 박용식은 전두환 대통령과 얼굴이 닮았다는 이유로 방송 출연이 금지돼 힘든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이후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박씨는 이같은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박씨가 수년동안 받은 불이익에 대해서는 결국 보상받지 못했다. 박씨 외에도 정권에 밉보여 불이익을 당한 가수, 배우 등 연예인들의 아픈 사연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이 1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말 그대로 광범위하게 문화계 요주의 인물을 세밀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소신 발언한 연예인과 문인 등 대부분이 리스트에 올랐다고 보면 된다.

 

일반 국민은 단순히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발언과 활동을 정부차원에서 리스트까지 작성하며 관리하려 한 것 자체가 전근대적인 발상이었다. 시대는 바뀌었고, 국민 인식 수준도 높아졌다. 더 이상 국민은 관리 대상이 아닌데 통제하려고 하니 사달이 날 수밖에 없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은 아직 진행형이다. 이 리스트를 누가 작성하게 했는지 드러나지 않았다. 어쩌면 그 동안의 우리의 경험상 모두 발뺌하는 상황에서 리스트는 있지만 작성자는 없는 것으로 결론 날 수 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선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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