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 대전 중, 연합군은 독일의 대공포 공격에 많은 전투기를 잃고 있었다. 이에 전투기의 생존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게 된다. 대공포에도 끄떡없도록 강철판으로 만들면 좋겠지만, 그런 비행기는 무거워 날 수가 없다. 비로소 취약한 부위에 최소한의 갑철을 덧대어 비행기를 보호하자는 아이디어에 이르게 된다.
이 업무는 해군분석센터가 맡았고, 연구원들은 적지에서 임무를 마치고 귀환한 비행기를 조사했다. 기체에 남아있는 총탄자국을 분석해 가장 피해가 많은 부위를 파악했다. 피탄분포는 주날개를 따라 동체에 집중돼 있었다. 대다수 장교들이 탄흔이 집중된 이 위치를 갑철로 보완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그런데 헝가리 출신의 수학자인 왈드(Abraham Wald)는 정반대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탄흔이 발견되지 않은 부위가 가장 위험하므로, 갑철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군분석센터가 분석한 비행기는 총탄을 맞고도 살아서 기지로 돌아왔으므로, 탄흔이 집중돼 있어도 그 곳은 안전상 치명적이지 않다. 도리어 탄흔이 전혀 없는 곳이 가장 취약하다. 그 위치에 총탄을 맞은 비행기는 모두 귀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왈드의 추론은 베트남전과 한국전쟁에도 적용돼 수리적으로 확증되었다.
왈드의 전투기처럼 생존성공한 결과에 과도하게 몰입하여 실패사례를 간과함으로써 야기되는 왜곡현상을 생존편향(survivorship bias)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접하는 정보와 기록의 대부분이 사라진 패자보다 살아남은 승자에 대한 미담으로 채워졌다는 점도 이러한 왜곡을 증폭시킨다.
창업에 성공한 CEO, 주식투자 성공담 등의 대박 스토리에서 입빠른 호사객들이 흥미를 끌려고 근거없이 양산하는 정보를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을 모아 놓고 공통점을 찾아서 수십 가지의 그럴듯한 성공요인을 사회에 강권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전장에서 경미한 상처를 입고 귀환에 성공한 비행기의 무용담일 뿐이며, 진정한 성공요인이 아닐 수 있다. 타인의 성공신화보다 본인 스스로의 미션과 비전, 장단점을 진중하게 곱씹어 보는 성찰이 새해맞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이다.
우형록 한양대 산업융합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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