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대체로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는 점이 인상 깊다. 심지어 대답을 해도 되는지 묻고 나서 말하기도 한다. 교육의 결과이고 훈련된 사회문화라고 본다. 우리는 그런 방식에 아직 익숙하지가 않다. 그러니 회의나 토론을 잘 할 수가 없다. 말과 강의를 전문으로 하는 대학교수들도 이 부분에는 취약하다.
대화의 기본은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다. 상대의 말을 자르고 자기 말만 계속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상대는 대화에 흥미가 없어지고 무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로의 마음을 관통하지 않는 말의 행위는 대화가 아니라 웅변이나 설교하는 것이 된다.
듣기를 소홀히 하는 사람은 자신이 할 말만 생각한다. 상대의 견해를 귀담아듣지 않기 때문에 문제를 읽지 않고 답을 적는 수험생과 같다. 잘 듣는 것은 훌륭한 대화기술이다. 듣는 동안 상대 견해의 요점을 간파하여 자기주장의 오류를 찾아내고 논리를 정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격한 명령도 대화의 통로가 열려있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다양한 이견을 조율할 기회가 사라지면 흐르는 강에 댐을 막는 것과 같이 된다. 경직된 조직일수록 물의 숨길을 열어두어야 한다. 제대로 흐르지 못해 오염된 물이 넘쳐 우리 사회는 지금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다이얼로그가 고대 그리스에서는 주로 독백을 의미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자기 자신과도 대화할 수 없는 사람이 타인과 잘 소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타인과 말하기 전에 자신을 진솔하게 성찰해야 한다는 삶의 철학은 아니었을까.
주용수 작곡가·한국복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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