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계란말이가 ‘시가’인 슬픈 현실

김규태 사회부 차장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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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상에 떠도는 한 장의 사진이 화제다. ‘흔한 계란말이 가격’이라는 제목으로 빠르게 공유되는 이 사진은 계란말이의 가격이 적혀 있어야 할 부분에 숫자 대신 ‘시가’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작금의 안타까운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아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계란이 신분 상승을 해 생선회와 동급이 됐다며 사회 현상을 풍자한 이 사진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기자가 자주 가는 집 근처 선술집이 있다. 그런데 그 가게 명이 ‘계란말이’다. AI 사태가 발생하기 전 알게 된 이 가게는 어떤 안주를 시키더라도 그전에 인심 좋게 계란말이를 서비스로 줬다. 하지만, AI로 인해 계란 대란이 일어나면서 행복을 주던 그 덤은 사라진 지 오래다. 가게 주인은 “안주 값이 아깝지 않으려면 메뉴판에 있는 계란말이를 선택하시면 됩니다”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하지만, 그의 표정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었다.

 

▶역대 왕조 시대의 역사서나, 그를 주제로 한 소설들을 읽어보면 나라님이 국정을 잘못 운영하면 가뭄으로 인한 흉년이, 크나큰 자연재해가, 아니면 돌림병으로 불리는 전염병이 창궐해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고 기술한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몇 달째 이어지는 AI 사태는 사실 국가의 큰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누구도 이 사태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국정농단의 주인공인 최순실에게 모든 초점이 맞춰지고, 삼성 등 대기업 사주의 뇌물죄 적용에 따른 구속 여부에,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장에, 모든 이의 눈과 귀가 쏠려 있다. 씁쓸한 현실이다.

 

▶국민을 보듬고, 국가의 재앙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속담이 있지만, 그 실패의 주인공이 국가의 지도자가 된다면, 국민이 받는 고통은 결코 성공의 토대가 될 수 없다. 자신의 ‘입신양명’(立身揚名ㆍ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출세해 이름을 세상에 드날림)을 위해 선거 레이스에 나서는 예비 대선 주자들이 있다면, 지금 당장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조기 퇴근해 줄 것을 간절히 부탁한다. 국민은 더 이상 ‘봉’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규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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