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은 서민들에게 가장 저렴한 단백질 식품이다. 영양이 풍부해 완전식품에 가깝다. 명절에도 가장 많이 쓰이는 식재료다.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계란 10알이 든 짚으로 만든 계란 꾸러미는 최고의 명절 선물 중 하나였다. 1950년대 6ㆍ25전쟁 후 계란은 닭고기ㆍ돼지고기ㆍ찹쌀과 함께 설 선물 4대 인기품목이었다고 한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계란의 가치는 돼지고기 한 근과 차이가 없었다. 당시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책자에는 1967년 계란 한 꾸러미 가격이 110원으로 기록돼 있다. 돼지고기 한 근(600g)은 120원이었다. 당시만 해도 서민 가정에선 생일이나 잔칫날, 소풍날이라야 계란을 맘껏 먹을 수 있었다.
1962년 이화여대 기숙사를 탐방한 ‘처녀들만의 보금자리’라는 신문 기사에선 ‘기숙사 식당에서 매일 하나씩의 달걀 프라이가 나온다’는 사실을 자랑거리로 소개했다. 같은 해 가을 계란 공급이 불안정해 품귀 사태를 빚자 일부 상인이 멋대로 값을 올려 받아 경찰이 단속에 나섰다는 보도(조선일보 9월 5일자)도 있었다. 1968년 6월 1일 서울 서대문의 10층 건물에 문을 연 ‘뉴 슈퍼 마키트’의 개업 행사에서 당대 인기 코미디언인 서영춘·백금녀 등이 고객들에게 나눠준 선물은 1인당 계란 1개씩이었다.
궁핍한 시대의 추억으로 남아있던 계란 선물세트가 60여 년 만에 명절 선물로 다시 등장했다. 친환경 1+등급의 계란 선물세트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선물 판매대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동네 마트에선 3만원이상 설 선물을 사면 계란 세트(10개)를 덤으로 주며 고객을 유혹하고, 개업한 식당도 계란 세트를 사은품으로 주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올해는 정유년 닭띠 해라서 인가, 계란이 다른 어느 해 보다 더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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