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페이크 뉴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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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fakeㆍ가짜) 뉴스’가 한국에도 상륙했다. 거짓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포장하거나 있지도 않은 일을 언론사 기사처럼 만들어 유포하는 사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페이크 뉴스는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포털을 주 무대로 하고 있다. 사실 여부를 가리기도 전에 인터넷을 타고 급속하고 광범위하게 퍼져나가 당하는 입장에선 속수무책이다. 흑색ㆍ음해 선전의 새로운 변형으로 파괴력이 대단하다.

 

실제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페이크 뉴스가 선거 판세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e메일 유출을 조사하던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살인을 한 뒤 자살한 채 발견됐다’ ‘힐러리 클린턴이 IS에 무기를 판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도널드 트럼프 지지 선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페이크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더 많은 반응을 얻었고, 여론 형성으로 이어졌다.

 

유럽에서도 페이크 뉴스가 정치판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둔 독일에선 ‘메르켈 총리는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아돌프 히틀러의 딸’이라는 페이크 뉴스가 등장했다. 이에 독일 정부는 페이크 뉴스 생산자에 대해 최대 징역 6년, 이를 싣거나 옮긴 매체는 건당 50만 유로(6억3천만원)의 벌금을 물리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언론도 새해 들어 가짜 뉴스 근절에 나섰다. 가짜 뉴스는 보도 당사자는 물론 보도에 등장하는 인물의 명예를 훼손하고, 이를 싣는 매체의 공신력도 떨어뜨리기 때문에 절박감을 느낀 언론사들이 폐해를 막고자 ‘팩트 체커’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가짜 뉴스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세가 사납다. 대표적인 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퇴주잔 소동’이다. 선친 묘를 참배한 뒤 퇴주잔의 술을 마시는 모습의 영상이 나돌았는데 반 전 총장은 그런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상은 누군가가 짜깁기해 퍼뜨린 페이크 뉴스였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문(文)씨 성을 가진 주요 인물들이 종북했다는 ‘나주 남평 문씨 빨갱이 설’에 휘말렸다.

 

고의로 만들어지는 페이크 뉴스는 선거의 독버섯이다. 벌써 일부 후보가 공격을 당했고, 그로 인한 후유증도 적지 않다. 다행히 중앙선관위가 나서 단속 방침을 밝혔다. 유권자를 농락하고 선거 분위기를 망치는 페이크 뉴스는 악영향을 끼치기 전에 반드시 근절시키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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