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인문학의 부흥 이끌어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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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연구실에는 여남은 개의 화분이 있다. 식물을 키우는 일에 소질이 없는지라 매번 물주는 때를 놓쳐 말려 죽이기 일쑤이다. 그런데 얼마 전, 분명 이파리는 모두 누렇게 변해 가는데 힘겹게 꽃을 한 송이 피운 작은 장미 화분이 있었다. 물론 그 꽃은 쉬 저버렸고 장미 화분은 근근이 무능한 주인 곁에서 버티고 있다. 불현듯 그 장미 화분이 내가 하는 공부, 인문학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인문학은 계속 위기였다. 인문학 관련 연구비는 축소되었고 산업수요에 맞춘다는 정부 시책에 따라 대학들이 앞장서 인문학 계열 학과를 통폐합하면서 학문적 토대도 많이 약해지게 되었다. 사실 인문학 전공 서적은 수업에 교재로 쓰이지 않는 이상 잘 팔리지도 않는다. 이렇게 인문학 연구의 뿌리와 줄기는 점점 말라가는 중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은 어딜 가나 인문학 강의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원이나 시립도서관들은 인문학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고, 심지어 백화점 문화센터들조차도 앞다투어 스타 강사를 앞세운 인문학 강좌를 연다. 이번 설 연휴 내내 방송에서도 역사에 대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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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서점들의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항상 인문학 내용의 책들이 빠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심지어 무슨 유행처럼 이말 저말과 합쳐져 광고나 미술, 여행, 과학, 디지털까지 인문학으로 설명된다. 어쩌면 우리는 말라가는 줄기나 이파리는 보지 못하고 곧 져버릴 꽃에 열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4월, 안양대 인문대학 교수 6명이 모여 우리도 강의실 밖에서 인문학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시민인문학당’, 안양시 인문난장 축제, 아리문화상 등을 운영하였고 요즘은 <맹자집주>를 읽고 시를 써서 같이 합평회를 하는 동아리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행복한 공부가 인문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 진흥 기본계획’을 심의·확정하고 지난달 12일 발표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이 사업이 인문학의 토양에 물을 주고 뿌리를 튼튼히, 잎을 무성하게 하는 데 올바로 운영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하여 이후로도 다양한 꽃과 열매를 볼 수 있길 바란다.

 

이현희 안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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