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법률 개정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개헌만이 이런 문제들을 풀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일까. 우리가 당면한 시대적 과제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승자독식과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분권과 협치, 사회경제적으로는 고용과 임금격차 해소 등 부의 원천적 재분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들은 개헌이 아닌 법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수백만 국민의 소망과 목소리가 담긴 투표 결과를 일순간에 사표로 만들어 버리는 현행 단순소선거구제부터 뜯어고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개혁 과제이다.
개헌논의가 그 당위성과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동의와 동력을 잘 얻지 못하는 것은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눈앞의 가까운 길을 외면한 채 멀고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법을 그대로 둔 어떠한 형태의 권력구조 개편 중심의 개헌론도 국민들에게는 기득권 집단의 권력 나눠먹기로 비칠 뿐이다.
이것은 달걀 깨기나 등 긁기와 같은 매우 손쉬운 일을 일부러 복잡한 에너지 변환장치를 통해 어럽게 수행하는 ‘루브 골드버그 장치’를 쓰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지금 달걀 깨기와 등 긁기는 장치가 아니라 의지만 있으면 되는 일이다.
양근서 경기도 연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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