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인재(人災) 공화국

김규태 사회부 차장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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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인재(人災)다.’ 지난 4일 오전 경기남부지역 최대 신도시인 동탄의 랜드마크 메타폴리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4명의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고, 47명이 부상을 당했다. 상가동 3층 철거 작업이 진행되던 뽀로로파크에서의 최초 발화 시간은 오전 10시 58분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에 앞서 관리업체는 지난 1일 철거공사 중 오작동을 우려해 불이 난 상가 B동의 스프링클러와 경보기, 배기팬 등 소방시설 작동을 정지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사고를 스스로 자처한 셈이다. 결국 관리업체 직원들이 화재경보기와 스프링클러를 켜는 데만 최소 7분이 소요됐다는 얘기마저 나오면서 이번 화재는 예고된 인재(人災)임이 명백해지고 있다.

 

▶2014년 4월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는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 그리고 대대적으로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식의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 대한민국은 지속적으로 크고 작은 사고로 몸살을 앓았음에도 정부가 그토록 떠들어댄 예방대책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게 주먹구구식으로, 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가이드라인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모든 사고의 발단은 결국 인재(人災)로 확인되는 악순환의 연속일 뿐이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불과 반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14년 10월 17일 오후. 다시는 상기하고 싶지 않은 인재(人災)로 인한 대형 참극이 또다시 벌어지고 말았다.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광장에서 축하공연을 관람하던 시민 16명이 목숨을 잃고, 11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 이는 환풍구 덮개가 꺼지면서 관람하던 시민들이 추락해 벌어진 참사였다. 충분히 사전 예방이 가능했던 일이다.

 

▶세월호 선장이 제 역할을 하고, ‘탈출명령’만 내렸더라면, 공연 주최 측 관계자가 “위험하니 내려오라”고 강권했더라면, 관리업체 직원들이 소방시설만 제대로 작동시켰더라면, 소중한 생명들이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늦었다고 느낄 때가 가장 빠른 시기’라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은 인재(人災)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국가는 국가의 책무를, 국민 개개인은 모두가 소임을 다해 기본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김규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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