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4년제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은 사상 최악의 ‘취업 빙하기’를 겪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3년간 4년제 대학 졸업생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취업 시장에 쏟아져 나오지만 상당수 기업들이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등 여파로 대졸 공채 규모를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직 행렬은 갈수록 길어지는데 취업 시장의 문은 더 좁아져 ‘고용 절벽’이 계속되고 있다. 4년제 대학 졸업생을 포함한 청년(15~29세) 실업률이 올해 10%를 돌파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청년 실업의 여러 원인 중 하나는 ‘학력 과잉’이다. 대학졸업자는 넘쳐 흐르는데 이들이 갈만한 마땅한 일자리는 없다. 그러다보니 9급 공무원시험 합격자 대부분이 대학졸업자다. 편의점이나 커피숍 알바생도 거의 대졸자다. 대학졸업자가 다시 기술을 배워 기능직에 종사하기도 한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할 수 있는 일을 대학졸업생이 하게 되면서 우리사회의 성장능력이 약화됐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70%가 넘는다.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높은 대학진학률과 부실한 대학 교육은 여러 면에서 한국경제를 어렵게 한다. 대학 진학을 위한 사교육 부담에 비싼 등록금 등으로 가계 허리가 휘고 빚도 얻지만 졸업을 해도 취업을 못하니 국민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도 너도 나도 대학에 가는 것은 고등학교 졸업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적기 때문이다. 고졸자는 취업을 해도 보수와 차별대우 등으로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생활도 어렵다. 때문에 배우겠다는 욕망보다는 간판이 필요해 대학에 간다.
청년 실업, 저출산, 노인 빈곤 등 각종 사회문제의 시작이 ‘대학은 나와야지’하는 인식 때문에 생긴 학력 과잉투자에서 비롯됐다. 직업을 갖는 시기를 고교 졸업 뒤로 당기면 사교육 등 대입경쟁 비용이 사라지고 젊은이들의 결혼이나 출산이 빨라진다. 노후자금을 자녀 뒷바라지에 쓰는 문화가 줄면서 청년ㆍ장년ㆍ노년 전 세대에 이르는 사회적 고통도 줄게 된다. 다른 나라들처럼 고졸만으로도 직업을 갖고 사는데 문제가 없도록 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때마침 높은 대학진학률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교육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고졸 만세’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만족하며 살아가는 세상 만들기’ 운동이다. 대선주자들은 허황된 일자리 숫자 경쟁만 할게 아니라 ‘고졸 만세’를 위해 사회시스템을 바꾸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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