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복수초(福壽草)

김동수 경제부장 ds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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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최전선에는 항상 복수초(福壽草)가 있다. 복(福)과 장수(長壽)를, 부유와 행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이른 봄 눈과 얼음 사이를 뚫고 또 새해 가장 먼저 피는 꽃이 복수초다. 생각만 해도 봄의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복수초에는 슬프면서 아름다운 일본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오랜 옛날 일본 안개의 성에 아름다운 여신이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여신을 토룡의 신에게 시집 보내려 했다. 하지만 여신은 토룡의 신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결혼식 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아버지는 사방으로 찾아 헤매다가 며칠 만에 여신을 발견했다. 화가 난 나머지 여신을 한 포기 풀로 만들어 버렸다. 이듬해 이 풀에서는 여신처럼 아름답고 가녀린 노란 꽃이 피어났다. 바로 복수초에 얽힌 이야기다.

 

복수초와 함께 봄기운이 방긋방긋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하지만 가슴 속 복수초는 아직도 요원하다.

 

혼란스런 정치에다 삶을 옥죄고 있는 경제난 때문이다. 무엇보다 바닥까지 가라앉은 소비와 투자가 문제다. 기업들은 벌어들인 돈을 풀지 않고 금고에 쌓아두는 듯하다. 과감한 투자가 없기에 생산도 고용도 뒤따르지 않고 있다.

고용이 증가하면 투자와 기업들의 매출 또한 덩달아 늘어난다. 이는 곧 소비로 연결돼 경제 선순환을 이끌어 간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장보기가 겁이 난다. 생필품 값은 물론 공공재도 일제히 오르고 있다. 경제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삶이 힘들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CCSI) 전월 대비 0.8%포인트 하락한 93.3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내수시장 위축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봄은 저 멀리서 손짓하는데 마음은 한겨울이다. 그래도 봄은 찾아온다. 빠르고 늦음의 차이일 게다. 빗장을 풀어가는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봄기운이 돌고 새싹이 싹튼다’는 우수(18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따뜻한 남쪽 제주도와 내장산 일대에 복수초가 활짝 폈다는 소식이다. 반가운 손님 복수초처럼, 얼어붙은 우리 가슴도 녹아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동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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