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에덴 동산의 평화를 깨뜨린 것이 뱀이다. 뱀은 여자에게 나타나 유혹을 한다.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를 먹어도 된다’는 하느님의 말씀을 ‘동산에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먹어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정말이냐?’라고 말을 바꾸어 여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거짓 정보, 왜곡된 정보로 유혹을 한 것이다.
더 나아가 선과 악을 인식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는 뜻이 ‘하느님처럼’될 것을 두려워 한 하느님의 숨은 뜻이라고 또 한 번 왜곡된 정보를 제공한다. 결국 여자는 간교한 뱀의 유혹에 넘어가 하느님의 말씀을 어기는 원죄를 지었으며 결국 이들은 에덴 동산에서 추방을 당하고 만다.
알몸으로 돌아다니던 자신들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면서 무화과 잎으로 몸을 가린 채…. 어쩌면 인류의 조상은 왜곡된 정보, 허위 정보에 의해 고통을 겪어야 했던 최초의 피해자가 아닐까?
요즘 탄핵 정국과 최순실 게이트가 나라를 뒤덮으면서 허위 정보,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그 피해가 보통 심각한 단계가 아니다.
지난 9일 인천공항에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부부가 나타났다. 차녀가 살고 있는 케냐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한 때 대선후보 1위를 달릴 만큼 주목을 받았던 반 전총장은 미국 하버드대학의 행정대학원 종신교수로 임명되어 뉴욕에 새 주택을 마련 중이라는 보도도 있다.
그는 짧은 기간 많은 ‘가짜 뉴스’와 ‘왜곡된 정보’에 시달렸다. 완전히 짜깁기한 조상 산소 앞에서의 ‘퇴주잔’ 파문에, 후임 UN 사무총장인 안토니오 구테흐스가 ‘반총장의 대선출마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했다’는 등의 가짜뉴스가 끊임없이 이어진 것이다.
결국 그는 대선 후보를 포기하면서 허위 보도에 ‘인격살해’를 당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렇게 해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링 위에서 내려와야 했다.
이런 가짜 뉴스에 ‘인격살해’를 당한 사람이 어디 반기문뿐이겠는가? 국회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때 뜬금없이 강남 피부과에서 1억원짜리 피부관리를 받았다는 보도로 선거에 큰 타격을 받았고 결국 ‘인격살해’ 후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물론 그 후 수사를 통해 ‘가짜 뉴스’의 실체가 밝혀져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지만, 많은 시간과 정신력을 소모하면서 그것도 선거가 끝난 다음 밝혀지는 ‘억울함’을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는가?
미국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해 대선에서도 이런 가짜 뉴스가 큰 골칫거리로 등장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가짜 뉴스가 그 대표적인 것. 이 가짜 뉴스로 트럼프가 가장 덕을 봤지만 그 실체가 밝혀지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문제는 또 있다. 이들 가짜 뉴스의 구성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진짜처럼 포장되고 구성되어 전문가들도 쉽게 가려낼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위 일부 인터넷 언론의 사이비 콘텐츠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등에 업고 그 파급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이들이 적발된다 해도 법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데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도 큰 문제다.
‘IT 강국’답게 가짜뉴스, 왜곡 정보도 바이러스처럼 강하게 번져 가는데, 에덴 동산의 평화를 깨뜨린 간교한 뱀의 ‘왜곡 정보’가 오늘의 우리에게는 또 어떤 불행을 가져올까 걱정이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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