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대통령 후보의 애창곡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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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은 목수로 성실하게 살아왔다. 그러다가 심장병이 악화돼 일을 그만둬야 했다. 실업급여를 받으려고 관공서를 찾았다. 하지만, 복잡한 절차 때문에 번번이 좌절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만난 싱글맘 케이티와 서로를 의지한다-.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다. 현대 복지제도의 문제점을 그려낸 사회성 짙은 영화다. 2016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조용한 음악이 인상적이다. ▶이 음악이 2017년 대한민국 대선(大選)판에 등장했다. 안철수 후보가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이 음악을 선택했다. 앞서 JTBC와의 인터뷰에서도 이 곡을 선택해 네티즌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이 영화를 거론한 후보가 더 있다. 유승민 후보는 경기일보 인터뷰에서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로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꼽았다. 유력 후보 중 두 명이나 이 영화를 지목했다. 짐작건대 복지 문제가 현안인 우리 정치 현실과 관련이 있지 않나 싶다. ▶대선 후보들이 꼽는 애창곡에는 나름의 정치가 있다. 그 시대가 요구하는 화두를 던질 노래를 지목한다. 이런 면에서 ‘나, 다이엘 블레이크’ 못지않은 애창곡이 있다. 들국화의 ‘걱정 말아요 그대’다. 보컬 전인권의 야성 짙은 목소리와 희망을 갈구하는 가사가 주는 메시지가 크다. 특히 100만 촛불이 모인 광화문 광장에서 전인권이 부르던 장면이 압권이었다. 촛불 정국에서 이 노래는 양희은의 ‘아침 이슬’과 함께 국민저항가요로 자리매김했다. ▶경기일보 인터뷰에서는 안희정ㆍ남경필 두 지사가 ‘걱정 말아요 그대’를 선택했다. 안 지사는 1등 문재인에 공격하는 더불어민주당 내 도전자다. 남 지사는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기득권에 맞서온 보수 내 도전자다. 같은 50대로서 새로운 질서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연정’으로 묶인 정치적 공통점도 있다. 정서적으로는 들국화 음악 속에 자란 7080세대라는 공통점도 있다. ▶대선 후보들이 밝히는 애창곡은 또 하나의 선거 운동이다. 그래서 서민들이 말하는 ‘18번’과는 다른 개념일 수 있다. 충청도 공략이 시급한 문재인 후보의 ‘꿈꾸는 백마강’, ‘저녁 있는 삶’을 주창해온 손학규 후보의 ‘저녁 있는 삶’, 군 복무 문제를 강조했던 유승민 후보의 ‘이등병의 편지’. 우연일지 모르나 정치적 메시지와 지나치게 맞아떨어진다. 물론 이마저 중요한 선거 운동이라 한다면 뭐라 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보면 가장 비정치적(?) 애창곡을 말한 후보는 이재명 시장이다. 그는 경기일보 질문에 ‘밤에 떠난 여인(하남석)’이라고 적었다. 딱히 정치적이지 않아 보이는 노래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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