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국가 안보의 가치

김창학 정치부장 ch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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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숙종(肅宗) 때 군교(軍校) 김체건(金體乾)은 당대 최고의 무사로 손꼽힌다. 숙종은 훈련도감의 대장인 유혁연으로 부터 “검술은 어디에도 있지만 일본 것이 최고이기에 사람을 보내 왜검을 배우게 하고자 합니다. 어떠하겠습니까”라는 충언을 듣고 이를 윤허한다.(승정원일기 숙종 5년). 이 같이 훈련도감에서 군졸들로 하여금 왜검을 익히게 하려는 정책에 의해 차출(?)된 김체건은 신분을 속이고 왜관으로 들어가 스스로 머슴이 된다. 

그들의 검술을 외부인은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땅에 움을 파고 몸을 숨겨 그들의 검술을 훔쳐 배운다. 3년 만에 왜인의 검술을 모두 터득했다니 그의 실력도 출중한 것 같다. 그들에게서 더 배울 것이 없던 김체건은 임금 앞에서 시범을 보인다. 그의 어전 검술에 대해 무예도보통지, 김광택전은 이렇게 기록했다. ‘환상인 듯하여 사람들을 끝없이 놀라게 하였다.

또한, 재를 땅에 뿌려놓고 맨발로 양쪽 엄지발가락을 이용하여 재를 밟았고, 그리고 나는 듯한 칼춤은 춤의 경지에 이르러, 재에는 발자국이 남지 않으니, 그 몸의 가볍기가 이와 같았다’. 임금이 그를 기특하게 여겨 훈련도감의 교사에 임명했다. 조선이 김체건의 정체를 숨기면서까지 왜의 검술을 익히게 한 것은 다시는 임진왜란, 병자호란의 치욕을 겪지 않으려는 의지로 보인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지난 21일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에게도 그런 역사가 있어 (북한을) 비난만 할 처지는 아니다”고 말해 충격을 줬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두 진보정권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그가 대권에 가장 근접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 공동위원장이라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의 김정은 정권과 대한민국 역사를 동일시하는 듯한 발언은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를 왜곡할 수 있는 만큼 부적절하다. 

대선 정국으로 어수선한 시국을 틈타 북한의 김정은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이복형인 김정남마저 독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 안보는 진보ㆍ보수를 떠나 반드시 지켜야 할 절대적 가치다. 대선주자들은 국방ㆍ대북 정책과 대북ㆍ안보관을 국민에게 확실히 밝혀야 한다.

김창학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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