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지식인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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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탄핵정국으로 사회 전반이 어수선하지만, 국민의 관심사는 뚜렷하다. 내달에 있을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판결과 만약 소추안이 인용될 경우 치러질 조기 대선이다. 

이 두 이슈가 평소 같으면 주요 소식으로 다루어질 만한 뉴스조차 집어 삼켜 왔다. 이 와중에 지난 설 명절 직전 내려진 판결 하나가 마음에 걸린다.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인 박유하 교수가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검찰은 이 책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이유로 징역 3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결로 박 교수는 2016년 민사법원의 유죄판결에 근거한 피해자들에 대한 위자료 지급 또한 중지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검찰은 항소했다.

 

사실 재판과는 별도로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지식인들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의 중심에 자리해 왔다. 그런데 이 논란이 법정으로 옮겨가자 일부 지식인 191명이 검찰의 기소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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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 책이 “논란의 소지가 있음을 인정하나 한 학자가 내놓은 주장의 옳고 그름을 사법적 판단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발상은 너무나도 시대착오적”라고 주장했다. 학자의 의견표명에 사법부로 대표되는 국가권력의 개입은 분명 문제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성명서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지식인으로서 책임을 간과했다. 이 논쟁, 그리고 재판 속 피해자는 ‘제국의 위안부’를 쓴 박유하 교수가 아닌 일제로부터 청춘을 짓밟힌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이다. 지식인이 있어야 할 곳은 사회의 주류인 대학교수의 곁이 아니다. 사회적 소수자인 할머니들의 편에 서야 한다. 그리고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윤리적이자 도덕적인 존재로서 지식인의 책임이다.

 

졸속적인 ‘12.28 한일위안부합의’로 위안부 할머니들은 또 한 번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것도 우리 정부로부터의 상처다. 지금이야 말로 지식인들의 책임이 더욱 절실할 때이다.

 

조의행 신한대학교 초빙교수·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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