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6일. 경기도의회 제270회 임시회에 특별한 안건이 올랐다. 명칭이 길다. ‘김문수 도지사 도정 공백 방지를 위한 특별 위원회 구성 결의안’. 당시 통합민주당이 발의했다. 향후 2개월간 도정 업무 전반의 공백을 조사하기 위해 특위를 구성하자는 안이다. 김 지사 비서실을 비롯한 8천여 개 도정 전반을 조사 대상으로 규정했다. 도가 출연한 산하 기관까지 모두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새누리당이 반대했지만 결국 가결됐다. ▶김문수 지사의 대권 행보가 원인이었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아껴뒀던 정기 휴가에 반차 휴가까지 싹 쓸어 사용했다. 통합민주당의 특위 운영도 정치 전술에 맞춰졌다. 8천개 도정을 조사한다고 했지만, 실제 표적은 김 지사 대권 행보였다. 특위가 구성된 뒤 첫 번째 도에 요구한 자료부터 그랬다. 김 지사의 업무추진비 자료를 요구했다. 관용차가 어디를 다녀왔는지, 휴가는 며칠이나 썼는지를 조사했다. ▶4년 반쯤 흐른 2017년 2월 26일.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자유한국당 대표, 경기도 이재율 행정1부지사와 강득구 연정부지사가 만났다. ‘도정공백방지협의체’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협의체에서는 1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문제와 AIㆍ구제역 등 도정 주요 현안을 집중 논의하기로 했다. 명칭에서는 정당간 이견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이름 가운데 ‘도정 공백’ 부분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반감을 표하고 있어서다. ▶이번에도 도지사의 대권 행보가 원인이다. 남경필 지사가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든 지 오래다. 거의 모든 언론에 ‘남경필’은 도정이 아닌 대권과 연관 지어지고 있다. 계속되는 도정 위급 현장에서 남 지사의 모습을 보기 어렵다. 물론 2012년의 ‘김문수 도정 공백… 특별 위원회’와는 다른 점도 있다. 그때와 달리 여야가 별 충돌 없이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그때보다 관심 대상 업무가 비(非) 정치적이다. 도는 이 역시 ‘연정’의 효과라고 설명한다.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남경필…. 재직 중 대권 논란에 휘말리지 않은 경기지사가 없다. 드러내놓고 임기가 중단된 때도 있었다. 최소한 모든 지사들이 정신줄의 한 쪽을 대권에 두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도정공백 특위’와 ‘도정공백 협의체’가 다를 것도 없다. 이런 기구가 있었던 경기도정과 없었던 경기도정에도 별 차이가 없다. 어쩌면 경기도에는 상설 기구처럼 등장하는 ‘도정공백 위원회’일지 모른다. 그런데도 경기지사 출신 대통령은 없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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