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처럼 하루하루가 불안합니다”
중국 북경의 한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심애진씨(32ㆍ여ㆍ가명)는 요즘 학교에 나가는 것 자체가 불편함의 연속이다. 석사 과정 때부터 수년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던 중국 친구들이 사드 문제가 불거진 뒤로는 말조차 걸지 않는 등 냉랭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 유학생들끼리 모여 있기라도 하면 마치 중국 공안으로부터 감시 당하는 것처럼 중국 학생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다.
심씨는 “사드 문제가 중국내에서 이슈가 된 뒤로 유학 생활이 너무 힘들어졌다”면서 “한국 친구들 사이에서는 번화가나 클럽 등에 다닐 것을 자제하고, 가급적이면 중국인들과 논란의 여지를 줄 만한 논쟁을 피하자는 메뉴얼 아닌 메뉴얼까지 돌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베이징에서 15년째 거주하고 있는 백이현씨(34ㆍ광고업 종사ㆍ가명)도 사드로 인한 중국인들의 반한감정에 요즘 중국 생활이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백씨는 “그동안 중국에서 살면서 큰 문제 없이 잘 지냈는데, 사드 문제가 발생한 뒤로는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됐다”면서 “정말 이러다가 중국에서 쫓겨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중국 교포나 유학생들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확인되지 않은 괴소문. “중국 왕징에서 사드와 관련해 중국인들과 논쟁을 벌이던 한국인이 집단폭행을 당해 병원에 피를 흘린 채 옮겨지는 모습을 목격했다”든지, “대형 식당가를 위시해 한국인의 출입을 불허한다” 등의 미확인 소문들이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면서 중국내 한국인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식재료 등을 판매하는 C마트는 급기야 박스 포장에서 한글 표기를 빼고 배달에 나서는가 하면 교민들 사이에서는 ‘절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티내지 말자’고 신신당부하는 모습도 있다고 현지 교민들은 설명했다.
특히 중국 유학생들을 위한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중국인들 많은 곳에서 시비붙거나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다 ▲중국법에 위반되는 꼬투리를 절대 잡히지 않는다는 등의 주의문 마저 돌고 있는 상황이다.
창저우에서 사업을 하는 임창민씨(54ㆍ가명)는 “이곳에서 14년간 생활하면서 중국인들이 상당히 우호적이었는데, 사드 문제 이후로 급격히 냉랭해진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면서 “이웃에 사는 중국인들마저 한국인에게 사드 문제에 대해 대화를 할 때마다 비아냥 거리는 모습을 보면 정말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언행이나 행동을 조심하고 있고, 중국인들의 감정을 자극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창저우 쪽에서도 한국인에 대한 규제가 생기지 않을까 너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김규태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