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탄핵의 유산과 차기 대통령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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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대선의 계절이 시작됐다. 지난주 금요일, 온 국민과 내외신 언론의 이목이 헌법재판소에 쏠렸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낭독한 선고문에서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밝혔다.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하나 사라진 것을 이번 판결의 의의라고 할 만하다. 이제 국내외의 관심은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모아졌다. 각 정당과 예비 대통령 후보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코앞으로 다가올 조기 대선으로 더욱 분주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탄핵 정국에서 표출된 극심한 국론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약 90%에 이르는 국민 여론이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수용하겠다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상반된 두 목소리가 타협 없이 공존하던 광장을 경험했다. 

탄핵은 세대 간의 반목을 심화시켰을 뿐 아니라, 심지어 세대 내 갈등마저 유발했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를 동조 및 방치한 전직 대통령이 우리사회에 몰고 온 부정적 파급력은 이처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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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전(前)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2009년 <한국의 사회갈등과 경제적 비용>이란 보고서를 통해, 우리 사회 내 갈등으로 유발되는 경제적 비용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갈등 수준이 1인당 GDP(국내총생산)의 27%를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사회갈등지수가 10%만 하락해도 1인당 GDP는 7.1% 증가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거치며 대한민국의 갈등지수는 더욱 높아졌으리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국론의 분열과 사회적 갈등이 경제발전의 동력마저 갉아먹어 온 것이다.

 

탄핵의 정국 속에 우리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대내외적 위기와 도전에 직면했다. 그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다. 이미 많은 예비 대선후보들은 그동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자처해 왔다. 다만 사회적 갈등을 조정할 책무가 차기 대통령과 새 정부에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조의행 서울신학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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