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권위의 무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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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의 일치로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환영하는 쪽도 승복하기 어렵다는 쪽도 있을 것이다. 작년 12월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후부터 3달이 넘는 시간 동안 마치 대한민국이 멈춘 듯하였다.

두 사람만 모여도 정치 이야기였고 심지어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 녀석까지 탄핵이 무엇이냐며 물어왔다.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이제는 언론이며 정치인들이 대선 이야기로 또 새로운 권력이 어떻게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온통 그 얘기를 하느라 당분간 또 정신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보며 ‘권위(權威)’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 편)에 보면 ‘권위’는 두 가지 뜻을 가진다. 첫째는 ‘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이라는 뜻이다. 둘째는 ‘일정한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신’이라는 뜻도 있다.

 

한때 발레리나 강수진 씨의 발 사진이 화제가 되었었다. 유명한 운동선수나 연주자, 화가, 과학자, 학자, 무형문화재,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권위자들은 단순히 재능으로 또는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뼈를 깎는 노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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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들의 실력뿐 아니라 권위를 갖기까지 긴 시간 그들이 했을 노력과 수고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맞다. ‘권위’는 그렇게 세우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슬프게도 권력으로 권위를 세우려는 자들을 너무 많이 보게 된다.

 

다시 사전의 얘기를 해 보면, <표준국어대사전>은 1991년 당시 이어령 문화부장관의 지시로 편찬이 시작되어 1999년 종이사전으로 출판하였고, 현재도 국립국어원 홈페이지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온라인 사전은 수정 보완 중이다.

 

권위자들이 세계 최고가 된 후로도 계속 연구하고 정진하는 것처럼 <표준국어대사전> 역시 오늘도 수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제발 당장의 표를 위해 백년을 두고 계획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교육을 우습고 허황한 공약 몇 개로 흔들지 말기를 부탁하고 또 부탁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이 또 각계 권위자들이 10년을 두고, 20년을 두고 권위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교육도, 정치도, 국가도 긴 안목으로 ‘권위(權威)’를 세워가야 할 때다.

 

이현희 안양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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