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대선 공약 채택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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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덕원~수원 간 복선전철이 확정됐을 때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마다 서로의 공(功)을 얘기했다. 현역인 이찬열 후보(당시 더불어민주당)는 국토부를 움직였다고 홍보했다. 그건 사실이었다. 건교위 소속으로 사업 추진에 혁혁한 공이 있었다. 상대 후보인 박종희 후보(당시 새누리당)는 대선 공약을 얘기했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 시절 ‘100대 주요 공약’에 포함시킨 게 본인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후보 캠프 중책을 맡고 있었다. ▶실제로 2012년 발행된 18대 대선 새누리당 공약집에는 ‘인덕원~수원 간 복선전철 착공’이 들어 있다. 물론 같은 내용을 문재인 후보도 약속했다. 대선 유세 중 지역에 들러 이 사업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100대 주요 공약’ 채택을 자랑했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됐기 때문이다. 낙선한 후보의 공약은 휴지조각이 된다. 당선된 후보의 공약만이 현실이 된다. 그래서 대통령 공약이 중요하다. 결코 ‘空約’이라고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경기도가 20일 중요한 발표를 했다. 주요 현안을 대선 공약으로 채택해 달라는 공개 요청이었다. ‘국가발전 전략과제-19대 전략 71개 핵심과제’라고 명명했다. 4차 산업 혁명 선도, 일자리 창출, 수도권 경쟁력 강화, 분권과 자치 시스템 구축 등이 망라됐다. 내 지역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주는 현안들이다. 도는 이를 각 정당에 전달해 대선 공약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두 달도 남지 않은 대선을 겨냥한 조치다. ▶대선 공약으로 채택됐다고 다 이뤄지지는 않는다. 지켜지지 않는 공약이 수두룩하다. 2012년 새누리당 공약집에는 화성의 유니버설스튜디오 사업(USKR)도 있었다. 하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현실을 보지 못했고 절박함도 부족했다. 말장난으로 포장된 공약도 있다. ‘수도권 경쟁력 강화’ ‘경기도 접경지역 발전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애초부터 내용물이 없는 ‘말치레용’이었다. 그런데 국민은 부정적인 쪽을 더 본다. 지켜지지 않은 공약을 다 많이 말한다. 그래서 ‘公約(공약)이 空約(공약)이다’라는 말이 나왔다. ▶그럼에도, 공약이 지닌 중요성은 크다. 공약이 된 사업이 다 이뤄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약이 되지 못한 사업은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 공약집에 인쇄돼 있어야 그나마 기대할 수 있다. 20일 경기도가 발표한 ‘공약 채택 공개 요구’는 그래서 중요하다. 대단히 적절한 행정 행위다. 이제 남은 것은 공약집에 끼워 넣는 것이다. 행정력이 부족하면 정치력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 남경필 도지사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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