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즐거웠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들의 얼굴만 봐도 웃음보가 터지고, 시시콜콜한 얘기마저 행복이라는 것으로 귀결되는 그런 시간. 벌써 2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넘어버린 필자의 고교 시절 얘기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수학여행. 관광버스를 타고 설악산으로 향하던 우리들은 그저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했던 것으로 지금도 기억된다. 하루 종일 말해도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 지 밤새워 친구들과 수다를 떨던 그 시절. 타 지역에서 수학여행 온 동년배 여고생들과 ‘썸 아닌 썸’도, 이불 속에서 친구와 몰래 마시던 맥주도 이젠 다 ‘추억’이라는 단어로 축약돼 뇌리 속 깊은 곳에 남아 있다.
▶2017년 3월22일, 세월호가 차디찬 바닷물 속에 형체를 감춘 지 1천72일 만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우리는 9명의 미수습자 귀환과 더불어 이번 인양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진실을 위한 판도라 상자의 열림이 그것이다. 미수습자를 찾는다고, 그들이 살아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분명 우리들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지만 진실을 우리에게 직접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
▶그 진실. 그렇게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진실의 첫 실타래를 풀기 위한 세월호의 인양이, 그리고 육지로의 귀환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 3년간 깊은 바닷속에 묻혀 있던 진실이 우리에게 한 걸음 더 다가오고 있다. 과적에 의한, 외부 충돌에 의한, 아님 조작에 의한 것인지 어떤 형태로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그 진실은 우리의 알 권리 만을 위한 진실이 아님을 국민 모두는 알고 있다.
▶2014년 4월16일 인천에서 제주도로 떠나는 세월호 안에서 아이처럼 마냥 즐거워하던 학생들과 교사들, 그리고 여러 이유를 안고 제주로 향하던 이들의 밝은 얼굴이 필자의 상상 속에 펼쳐진다. 그들은 최종 행선지인 제주도에는 닿지 못했지만, 그들의 영혼에 남아 있을 슬픔과 두려움, 그리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이라도 채워주기 위해 단 하나의 의혹도 없는 진실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해야 한다. ‘그 진실’을 하늘에서 기다릴 그들을 위해서라도.
김규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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