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조현병 범죄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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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은 망상, 환청, 언어 와해, 정서 둔감 등의 증상을 보이는 전형적인 정신과 질환이다. 원래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는데 ‘분열’이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부정적이라는 지적이 많아 2011년부터 병명이 바뀌었다.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현악기처럼 환자가 혼란스러운 증세를 보이는 데서 병명이 유래했다. 뇌 속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이상으로 발병한다고 한다.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살인ㆍ상해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주 인천에서 한동네 사는 8세 여아를 유괴ㆍ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17세 소녀가 조현병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조현병 환자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화성에서 20대 남성이 1시간여 동안 범행 대상을 물색하며 거리를 배회하다 20대 여성을 발견하고 100여m 뒤쫓아가 흉기를 휘두른 사건, 남양주에서 10대 아들이 50대 어머니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 모두 조현병 환자에 의한 것이었다. 지난해 5월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의 범인도 조현병이 있었다. 일련의 범죄 모두 ‘묻지마식’ 사건이어서 두려움이 더 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조현병 환자는 2015년 기준 10만6천100명이다. 2010년 9만4천명, 2013년 10만2천700명, 2014년에는 10만4천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조현병 유병률은 지리·문화적 차이에 관계없이 세계적으로 인구의 1% 정도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병원기록이 없는 환자를 포함하면 국내에 50만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현병은 환청이나 망상 등에 의해 충동적인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조절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지만 치료가 늦거나 중간에 중단하면 악화된다. 인천 사건의 10대 소녀도 우울증 증세를 보이다가 조현병으로 악화된 사례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조기발견’과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조현병 환자가 저지르는 범죄는 대부분 치료를 중단하거나 전혀 받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조현병 환자에 의한 유사한 사건이 꼬리를 무는데도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공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정신질환자의 관리를 더 이상 방관해선 안된다. 낙후된 정신질환 치료 환경을 개선하고, 의료급여 지원 등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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