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치매안심마을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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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가 최근 특집 방송을 통해 ‘치매사회’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일본의 고령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8년 후인 2025년, 국민의 10% 이상이 치매 또는 치매 예비군인 ‘치매사회’에 돌입할 전망이라며 치매사회의 모습이 어떨지를 짚어봤다.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세대(1947~1949년생)가 모두 75세 이상이 되는 2025년을 시작으로 치매사회에 돌입하면 일본 국민 9명 중 1명, 65세 이상 연령대에선 3명 중 1명이 치매 혹은 치매 예비군으로 분류된다. 벌써 고독사,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증가 등 초고령사회의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치매 노인을 위한 수용시설, 치매 노인 간병 인력 부족 등 심각한 문제들이 예견된다.

 

치매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2012년 치매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2017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는 72만5천명, 유병률은 10.2%로 추산된다.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2050년에는 노인 치매 인구가 271만명까지 늘고 유병률은 15.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치매 관리 종합계획의 일부로 ‘치매안심마을’을 시범 조성키로 했다. 치매환자와 가족이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원래 살던 마을에서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지역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치매안심마을’ 사업은 고령ㆍ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선진국들에서 이미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선 2004년부터 ‘도쿄치매돌봄연구연수센터’ 주도로 ‘치매라도 괜찮아, 지역 만들기’ 사업이 진행 중이다. 치매 환자에 대한 성년 후견인 제도 확대를 위한 교육과 치매 서포터 양성사업이 실시된다. 

영국도 영국알츠하이머학회와 정부가 나서 2012년부터 ‘치매 친화 공동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원봉사자가 치매 환자와 1대 1로 동행해 공원이나 상점, 카페를 방문하는 등 평소 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하고, 교통경찰관들도 대중교통 승차권 구매 등을 돕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선 용인시가 전국 최초로 ‘치매행복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후원을 받아 시행하는데 2014년 처인구 역삼동, 기흥구 기흥동에서 시작해 올해는 수지구 신봉동이 추가됐다. 치매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고 치매환자가 마을에서 원활하게 생활하도록 지원해 주민 반응이 좋다.

 

치매가 본인과 가족의 고통을 넘어 사회의 고통이자 심각한 문제가 되기 전 해법을 마련해 확산시켜야 한다. 치매 해결책은 빠를수록 좋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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