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파주… 따뜻했던 엄마의 나라” 고국 방문한 美 혼혈입양인 4명의 ‘뿌리 찾기’

친엄마 못찾아 아쉽지만… 엄마 친구·주민들과 情 나눠
“이제는 행복, 원망 안 해요”

▲ 백수지(파평면 장파리 출신)
▲ 백수지씨(오른쪽)가 자신이 태어난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에서 친엄마를 찾았으나 여의치 않자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우는 백씨를 위로하는 이는 혼혈입양인 출신 신성호씨로 신씨도 자신이 태어난 법원읍에서 친엄마를 찾아 나섰으나 결국 만나지 못했다. 현장사진연구소 제공
“친엄마가 캠프타운(기지촌) 여성인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어머니가 어디로 이사를 갔는지, 소식조차 알 수 없어 억장이 무너집니다(collapsing upon hearing the news)”

 

두세 살 때 파주를 떠나 미국으로 입양된 신성호씨(미국명 로웰 로혼ㆍ62) 등 파주 출신 혼혈입양인 4명이 40~50여 년 만에 파주를 찾아와 뿌리 찾기에 나섰지만, 친엄마의 행방을 알 길이 없어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아쉬운 결과에 9일 돌아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모양새였다.

 

신씨 등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미국소재 비영리단체인 ‘Me & Korea’ 주최로 혼혈입양인 모국 방문프로그램인 ‘모자이크 하파 투어(Mosaic Hapa Tour’)를 통해 고국을 방문했다. 이 기간 한국전통문화행사를 체험한 신씨 등은 지난 7일 오전 9시부터 온종일 친엄마를 찾기 위해 파주에서 발품을 팔았다. 

신씨를 포함해 파평면 ‘캠프 불스아이’의 백수지씨(46ㆍ여), 조리읍 캠프 하우즈 주변 태생 안준석씨(52), 파주읍 캠프 게리오엔에서 출생한 이영순씨(61ㆍ여) 등 4명은 미군 캠프 주변을 샅샅이 뒤지며 생모를 만날 희망에 부풀었지만, 친엄마의 친구들(기지촌 여성들)과 동네 사람들을 통해 편린만 확보하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 이영순(파주읍 파주리 출신)
파평면 장파리를 45년 만에 찾은 백씨는 “엄마가 나를 낳은 직후 행방을 감춰 장파리 주민들이 1년여를 키우다 ‘흑인 혼혈아’라고 하도 놀림당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입양기관을 통해 1973년 7월 미국으로 보내졌다는 사실을 동네 주민들에게서 듣고 오열했다”며 “그래도 마을주민들의 정과 엄마 모습을 그려볼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따뜻하게 맞아준 조리읍, 법원읍, 파평면 등 마을 주민들에 주소 등을 건네며 앞으로 친엄마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나오면 연락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후일을 기약했다.

 

이번 혼혈입양인 뿌리 찾기에 동행했던 이용남 현장사진연구소장(다큐멘터리 작가)은 “비록 엄마의 나라 파주에서 뿌리 찾기에 실패했지만, 끝이 아닌 시작”이라면서 “관련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DNA 등을 확보해 이들의 친엄마 찾기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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