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입양인 친엄마 못찾았지만 정체성 회복에 큰 도움 됐어요”

모국 방문프로그램 성공리 마무리한 김민영 미앤코리아 대표 
파주서 뿌리 찾기 노력 계속 ‘엄마품’ 동산 조성에도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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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은 로웰로혼씨 등 파주출신 4명의 혼혈입양인이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었던 친엄마는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파주가 고향이라는 것을 확인했던 정체성 회복은 소중한 선물이 됐어요.”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9일까지 혼혈입양인 모국 방문프로그램인 모자이크 하파 투어(Mosaic Hapa Tour)를 성공리에 마무리하고 출국을 앞둔 지난 8일 만난 김민영 me & korea 대표(44ㆍ여ㆍ미국 캘리포니아 소재)는 “40~59년 만에 처음 고국 땅을 밟은 혼혈입양인들은 실망하지 않고, 앞으로도 파주에서 뿌리 찾기를 계속할 것이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7일 파주출신 로웰로혼(62ㆍ한국명 신상호), 스티브워커(52ㆍ한국명 안준석), 카라이즈 코프만(46ㆍ여ㆍ한국명 백수지) 등 4명은 서툰 모국어를 사용하며 생모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법원읍 등지를 방문했으나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삶의 흔적 등 혼혈입양인들의 ‘편린’을 찾은 것은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김 대표의 혼혈입양인 모국 방문프로그램은 2013년 시작됐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남편의 직장을 따라 미국으로 간 김 대표는 대학시절 자원봉사(혼혈입양인들의 뿌리 찾기)를 했던 경험을 미국에 가서도 잊지 않아 혼혈입양인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던 중 혼혈입양인 모임에 참석했다가 이들이 “어릴 적 자신을 버린(?) 고국을 꼭 방문해 친엄마를 찾고 싶다”라는 얘기를 들었던 김 대표는 “이때부터 혼혈입양인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고 말했다. 2012년 ‘나를 알고 한국을 알게 하자’라는 me & korea는 이렇게 해서 발족하게 됐다. 

김 대표는 “2013년 처음 21명의 혼혈입양인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친모의 하늘과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며 “이 방문이 계기가 돼 2015년 미국 내 혼혈입양인들이 함께 모이는 모임도 처음으로 결성되는 등 강한 유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후 me & korea 주최로 지금까지 130여 명 가까운 혼혈입양인들이 한국을 찾았다.

 

김 대표는 “이번에 32명의 혼혈입양인이 파주를 방문, 친모 찾기와 DMZ 방문 등으로 정체성을 더욱 진화시킨 성과를 냈다”면서 “파주시가 혼혈입양인 등의 모국 방문을 위해 8억 원을 들여 인류애로 조성하는 캠프 하우즈(파주 조리읍 주한미군 반환공여지) 내 ‘엄마품’ 동산 조성(올해 말 완성 예정)에 해외 입양인들의 모금활동 등을 통해 조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혼혈입양인들의 아픈 상처인 애환과 미국 내 성공스토리를 유무형으로 엄마품 동산에 기증해 파주와 혼혈입양인 간 유대를 형성토록 이바지하겠다”고 다짐했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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