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은 한반도 최대 위기였다. 미군 장교 2명이 북한군이 휘두른 도끼에 살해됐다. 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하던 중 일어난 참극이었다. 전군에 데프콘 3(경계상태 돌입)가 발령됐다. 한반도가 한순간 전운에 휩싸였다. 온 국민이 전쟁의 공포로 빠져들었다. 이때 등장한 게 미 항공모함 미드웨이호다. 그 위용 앞에 버티던 김일성이 사과했다. ‘원자폭탄을 싣고 다닌다’는 이 거함(巨艦)이 우리 국민에 준 위로가 컸다. ▶연평도가 포격을 당했다. 북한군이 우리 영토에 가한 휴전 후 첫 공격이었다. 해병대원과 민간인 4명이 사망했다. 우리 군의 정례 훈련을 트집 잡은 북한의 도발이었다. 긴장은 이어졌다. 한국군이 나머지 포격 훈련을 강행하기로 하면서다. 생중계된 화면을 보며 국민이 긴장했다. 이때도 미 항공모함이 나타났다. 조지워싱턴호가 서해로 들어왔다. 미 항공모함을 등 뒤에 둔 한국군의 포 사격 훈련은 아무 제재도 받지 않았다. ▶“연평도 사건으로 남한 쪽 사람들이 다친 것으로 알고 있다. 남북간에 군사적 충돌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AP 텔레비전 네트워크와 인터뷰를 자처한 판문점 근무 북한 장교의 발언이다. 이번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감사를 표했다. “조지 워싱턴 호를 비롯한 미 해군 함정이 (연평도 도발 후) 신속하게 (서해로) 와서 연합훈련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데 대해 치하하고 고맙다”. 조지워싱턴호와 화상 연결을 통해 직접 전한 말이다. ▶오래된 신문 속에서 간혹 이런 흑백사진들이 목격된다. -한복 차림의 한국 여성이 항공모함 앞에 선 미군에게 꽃다발을 걸어 주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항공모함을 환영하고 있다-. 우리 국민과 정부에게 갖는 미 항공모함의 의미였다. 한반도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구세주였다. 북한의 모든 도발을 잠재우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기사 대부분은 ‘항공모함이 우리 해역에 들어왔다’다. ‘항공모함이 떠났다’는 기사는 거의 없다. ▶오랜만에 미 항공모함이 또 들어왔다. 칼빈슨 항모전단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민 반응이 다르다. 환영보다는 우려가 많다. 이번 작전을 전하는 외신의 설명 때문이다. CNN 등은 ‘미국의 북한 포격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히고 있다. 미 항공모함이 주는 의미가 과거의 그것과 이렇듯 다르다. 결국, 이것이 미 항공모함의 진정한 의미 아니겠는가. 평화와 전쟁, 전쟁 억지와 전쟁 발발의 모든 상징이 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 모든 결정을 미국이 한다. 우리는 그저 구경꾼일 수밖에 없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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