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KBS가 보도한 여론조사다. -전국 성인남녀 중 개헌 찬성 65.4%, 개헌 반대 28.2%. 개헌 찬성자 중 대선 이전 개헌 51.8%, 대선 이후 개헌 45.3%.(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ㆍ조사시기 2016년 12월 28~29일ㆍ조사대상 전국 성인남녀 2천22명ㆍ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 ±2.2%)-. 여론은 대체로 비슷했다. 국민 60~70%가 찬성했고 반대는 20%대였다. 5월로 예상됐던 대통령 선거 전에 개헌하자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다. ▶이런 여론을 믿고 개헌론을 설파한 정치인들이 꽤 된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스스로 개헌 전도사임을 자처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더불어민주당)도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을 밀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개헌을 말했다. 새누리당(당시)도 개헌에 적극적이었다. 제도권에서 개헌에 미온적인-혹은 미온적으로 보인- 정치인은 문재인 전 대표뿐이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만 개헌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2017년 1월 대한민국 여론은 그렇게 ‘개헌’에 가 있었다. ▶그랬던 개헌 여론이 사라졌다. 더 이상 개헌은 여론조사 항목에도 들어가지 못한다. 개헌 전도사들도 사라졌다. 손학규 전 지사는 경선 패배 이후 모습이 뜸하다. 개헌을 걸고 출마했던 김종인 전 대표도 일찌감치 짐을 쌌다. 유일하게 안철수 전 대표만 잘 나간다. 한 자리에 머물던 지지율이 선두와 박빙에 이르렀다. 그래서일까, 안 후보도 더 이상 개헌을 말하지 않는다. 개헌은 불과 3개월 만에 과거의 일이 됐다. 꺼내기도 쑥스러운 ‘개헌의 추억’이 됐다.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아마도 대통령은 이 중에 나올 듯하다. 개헌을 추진할 사람도 이 중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5명 누구도 개헌을 말하지 않는다. 이 5명이 차지하는 지지율이 80% 정도다. 그 80%의 국민이 지지후보를 따라 덩달아 입을 닫았다. 개헌 대신 대선을 말하고 있다. 3개월 전 바꾸자던 바로 그 자리-제왕적이고 부패온상인 대통령직-를 차지하려고 만인 대 만인이 싸우고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말했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도 경쟁이 과열되면 떠밀려 개헌 약속을 할 것이다.” 노련한 킹-메이커의 예언이다. 여기에 더해지는 평범한 이들의 예상도 있다. ‘2등의 막판 뒤집기로 등장할 것이다’ ‘차기 정부는 곧바로 개헌 레임덕에 빠져들 것이다’ ‘결국 내년 지방선거가 개헌의 시한이다’…. 하기야, ‘개헌 찬성’이 ‘개헌 반대’로 바뀌었다는 여론조사를 본 기억은 없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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