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아로니아·구아바·나디아에 대한 보고서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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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어서 좀 생뚱맞지만,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읽으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패, 경, 목 이런 이국 소녀들의…” 어렸을 적 시인과 책상을 같이 썼던 중국 소녀들의 이름이다. 반면 아로니아와 구아바, 나디아 등에선 서양식 뉘앙스가 풍긴다. 요즘 우리 식탁 위에 오르는 과일들 이름인데 말이다.

 

북미가 고향인 아로니아는 잎이 타원형이나 가장자리가 톱날 모양으로 파여 있다. 누르면 강한 향기가 난다. 중미가 친정인 구아바도 꽃은 흰색을 띠고 열매는 둥글고 과육은 달콤하다. 머나먼 타국에서 시집온 과일이지만 어느덧 이 땅에 자리를 잡았다. 경기도 내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어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호주에서 체리와 자두를 부모로 태어난 나디아도 서양에서 왔지만, 이 땅에서 예쁘게 자라고 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경기도 내에서 새로운 품종의 과일 생산이 느는 것으로 집계됐다. 과일 생산 지도가 바뀌고 있다. 경기도의 과실 생산량 통계가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아로니아도 경기도 내 연간 생산량이 지난 2013년 8t에서 지난해 267.2t으로 크게 늘었다. 생산 농가도 지난 2013년 12가구에서 지난해 128가구로 급증했다. 나디아도 지난 2014년 1t에서 지난해 78t으로 껑충 뛰었다.

 

사과하면 으레 대구가 연상됐지만, 경기도 내 생산량 변화가 만만찮다. 지난 2014년 5천689t에서 지난해 7천369t으로 29.5%(1천680t) 늘었다. 남녘에서 많이 생산되던 매실도 경기도 내 연간 생산량이 같은 기간 722t에서 804t으로 11.6%(82t) 증가했다. 물론, 생산량이 줄어든 과일도 있다. 경기도 내에서 많이 재배되던 배는 지난 2014년 6만3천112t에서 지난해 5만9천181t으로 6.2%(3천931t)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다문화 여성의 60% 이상이 수도권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양에서 들어온 아로니아 같은 과일들의 생산지역도 경기도 내로 바뀌고 있다. 윤동주 시인의 소학교 시절 짝꿍이었던 이국 소녀들처럼 이젠 경기도에서 더 친숙한 과일이다.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다. 경기도 내에서 아로니아와 다문화 여성과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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