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9 대통령 선거 운동이 치열한 가운데 유세 현장에선 로고송 전쟁이 한창이다. 로고송은 딱딱할 수 있는 후보들의 공약을 쉽게 전달하고 표심을 흔드는 효과까지 있어 ‘잘 만든 로고송 하나, 열 정책 안 부럽다’는 말까지 나왔다.
‘유세 로고송이 히트하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음악에 끌려 유권자들이 발걸음을 멈춘 채 선거운동원들을 따라 자기도 모르게 몸을 들썩이거나 따라 부르다 보면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로고송이 본격 등장한 1997년 제15대 대선 당시, 그룹 DJ DOC의 히트곡에서 따온 김대중 후보의 로고송 ‘DJ와 춤을’은 로고송의 승리라 할 만큼 흥행에 성공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직접 기타를 치고 눈물을 흘리며 불렀던 ‘상록수’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19대 대선에서도 후보마다 차별화된 로고송으로 유권자를 유혹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로고송은 안철수 후보의 록 버전 ‘국민의당 당가(黨歌)’다. 네티즌들은 이 당가가 90년대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연상케 한다며 “내가 살다 살다 지지하지도 않는 정당 당가를 듣다가 눈물이 고이네”, “욕하려고 들어왔는데 취향 저격 당하고 갑니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모두 로고송으로 택한 인기 아이돌그룹 트와이스의 ‘Cheer Up’도 큰 인기다. 후렴구 ‘샤샤샤(Shy Shy Shy)’에 대한 패러디가 눈길을 끈다. 문 후보는 “투표를 안 한다면 샤샤샤(부끄러워)”라고 개사한 반면, 유 후보는 “유승민 기호 4번 사사사”라고 바꿨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측은 인상적인 후렴구나 널리 알려진 멜로디 중심의 전통적 로고송 전략을 택했다. 홍 후보는 중장년층에게 인기있는 트로트 가수 박상철의 ‘무조건’을, 심 후보는 인기 애니메이션 ‘쾌걸 근육맨 2세’ OST로 쓰인 ‘질풍가도’와 이문세의 ‘붉은 노을’ 등을 정했다.
친박단체가 결성한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는 존재감이 별로 없지만 로고송은 주목받고 있다. 동요 ‘곰 세마리’를 개사해 ‘정희곰 근혜곰 원진곰아빠곰은 위대해근혜곰은 깨끗해원진곰은 의리 사나이’라며 박 전 대통령 부녀 지지자를 겨냥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풉! 포스터에 이어 로고송까지!”라고 평했다.
로고송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볼륨이 높아지고, 대형 확성기도 등장했다. ‘시끄러워 못 살겠다’는 민원도 나오는 만큼 역효과 나지 않게 수위조절은 해야 할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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