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작가 에단 호크 신작 소설 ‘기사의 편지’ 출간
중세 기사도 현대적으로 재해석
국내에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풋풋한 고등학생 토드 역을 시작으로 <비포 선라이즈> 3부작에서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매력적인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하며 높은 인기를 얻은 그는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최근 국내 출간한 <기사의 편지>를 통해 ‘작가’로서의 에단 호크를 새롭게 되짚어보는 분위기다. 그는 앞서 스무 살에 배우가 되기 위해 뉴욕에 온 자전적 캐릭터 ‘윌리엄’의 성장통을 다룬 데뷔 소설 <이토록 뜨거운 순간>, 긴 여행 끝에 결혼과 부모가 되는 두 남녀의 감정 변화를 포착한 소설 <웬즈데이>(이상 MEDIA2.0 刊)를 썼다.
에단 호크의 인생사를 반영한 듯한 작품의 색깔은 이번에 국내 출간한 ‘기사의 편지’에서도 이어진다. 제목만으로는 중세 시대 기사도에 대해 설명하는 격언집 같은 느낌을 주지만, 소설이다.
10여 년 전 어느 날, 자녀에게 가르쳐야 할 규칙을 주제로 아내와 나눈 이야기를 통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저녁 8시 잠자리에 들기처럼 평범한 것부터 삶의 덕목까지 많은 이야기를 알려주고 전하고 싶었던 부모의 마음이 이 책의 출발선인 셈이다.
이에 에단 호크는 자신의 상상 속 조상인 중세 기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1483년 겨울, 영국 콘월 지방의 기사 토머스 레뮤얼 호크 경이 그다. 험난한 전투를 앞둔 밤, 자신이 돌아오지 못할 것을 염려해 사랑하는 네 자녀에게 자신이 익혀 온 삶의 교훈을 담은 편지를 쓴다. 겸손, 협력, 사랑, 믿음, 우정, 용기 등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20가지 ‘기사의 규칙’을 이야기한다.
이 때 따분한 잔소리 혹은 설교처럼 들릴 수 있는 가르침을 아메라키 원주민 우화와 불교 설화 등과 같은 옛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재구성한 에피소드로 쉽고 흥미롭게 전한다.
특히 각 규칙마다 금언(金言)을 담았는데, 저자가 강조하고 싶었던 가치들이 강렬하다.
예로 겸손에 대해 “그저 기사답게 행동해라. 너보다 못난 사람도 없고, 너보다 잘난 사람도 없다.”고, 자부심에 대해선 “어떤 경우에도 기사가 아닌 척하지 마라. 남들을 편하게 해 주려고 자기를 낮추지 마라. 최상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존경을 표하는 길이다.”라고 적었다.
또 품위를 “변화를 수용하는 능력이다. 마음을 열고 유연해져라. 딱딱하면 부러진다.”고, 정의를 “절대 참을 수 없는 것은 단 한 가지뿐이다. 바로 불의다. 진정한 기사는 항상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싸운다.”고 당부한다.
“헐뜯는 말을 하지 마라. 기사는 확신하지 않는 소식을 퍼뜨리지 않는다. 이해하지 못한 채 비난하지도 않는다.”는 말에 대한 조언 등 꼼꼼히 적은 가르침은 인간이 지녀야 할 불멸의 가치를 일깨운다. 값1만2천원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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