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남경필의 선택·침묵

“이상득 부의장의 불출마가 총선승리를 위한 새 출발이 될 것이다. 이것이 수도권의 민심이다.” 남경필 의원이 말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이 조금 넘은 2008년 3월21일이었다. 서슬 퍼렇던 정권을 향한 도전이었다. 당시 그는 정치 인생 최대 위기였다. 정권에 밉보이면서 이른바 ‘남경필 사람들’이 줄줄이 낙천됐다. ‘남경필 끝났다’는 평이 지역 정가에 파다했다. 그런 때 그가 던진 승부수였다. 결국, 그는 화려하게 살아남았다. ▶“내 선택은 원내대표다. 경기도지사에 출마하지 않겠다.” 남경필 의원이 말했다. 2014년 2월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다. 그럴수록 당(黨)은 매달렸다. 공천 시한을 앞두고 불쑥 외국으로 갔다. 이번엔 보수 표심까지 그를 향했다. ‘안 하겠다’는 그의 지지율이 ‘하겠다’는 입후보자들의 그것을 압도했다. 귀국 후 그가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이미 2014년 경기도지사 선거는 절반쯤 끝나 있었다. ▶“새누리당이 재창당 안 되면 중대결심을 하겠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말했다. 2016년 11월 16일, 독일 뒤셀도르프발(發) 뉴스였다. 최순실 게이트로 새누리당은 빈사상태였다. 잠룡(潛龍)인 남 지사가 독일에서 던진 승부수였다. 정계은퇴 불사라는 배수의 진까지 쳤다. 그 후 정치 일정이 그에게로 흘러갔다. 새누리당 탈당, 바른정당 창당, 당내 대선 경선 후보로 이어졌다. 또 한 번 그의 승부수는 통했다. ▶‘….’ 그런 그가 침묵하고 있다. 동료 유승민 후보의 경기도 방문 때도 침묵했다. 당내에서 유 후보 사퇴 촉구가 빗발칠 때도 침묵했다. 급기야 어제는 바른정당 소속 의원 13명이 탈당했다. 붕당(朋黨)의 위기에 놓였다. 그런데도 침묵하고 있다. 동남아 순방을 마친 뒤 기우회-경기도 기관장 모임-에 참석했다. 지역 정치권이 그의 입을 주시했다. 하지만, 정치와 관련된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중소기업의 동남아시장 개척과 국제자본 확보 지원이 절실하다.” ▶그의 속을 알 길이 없다. 다만, 주섬주섬 전해들어 만들어보는 추측은 이렇다. -연임에 대한 미련이 없지 않다. 그러나 앞날을 알 수 없다. 서울 종로 등 상징적인 곳으로의 총선 출마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역시 소속 정당이라는 문제가 남는다. 내심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기대했다. 그런데 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기울었다. 대선이 원치 않은 판으로 흘러간다. 침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적 혼란기마다 주목받았던 남 지사의 ‘입’, 어쩌면 그의 ‘입’은 5월9일 대선까지 절대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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