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막판 주말에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를 뒤덮었다. 중국발 황사가 한반도를 강타해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을 기록했다. 6일 오전엔 ‘오늘 02시부터 미세먼지 경보 발령. 어린이·노약자 실외활동 금지, 마스크 착용하세요’라는 재난문자까지 날아들었다. 많은 시민들이 나들이 계획을 접거나 마스크로 무장한 채 나섰다. 이제 마스크 쓴 모습은 일상의 풍경이 됐다.
미세먼지는 우리나라의 큰 사회문제가 됐다. 미세먼지에는 중금속·발암물질 등 여러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어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돼 천식·기관지염 등의 호흡기질환을 비롯해 심혈관 질환·피부질환·안질환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때문에 호흡기나 심혈관이 안 좋은 어르신들에겐 독이나 다름없다.
올해 어버이날엔 미세먼지 때문에 카네이션 대신 공기정화식물 선물이 인기다. 호흡기 질환에 도움이 되는 배즙과 도라지즙 같은 건강식품도 잘 팔린다고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안마의자가 인기였지만 올해는 공기청정기 인기가 더 높다. 미세먼지가 어버이날 선물까지 바꿔놓았다.
대선주자들이 저마다 미세먼지 대책을 내놨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임기 안에 미세먼지를 30% 줄이겠다고 했다. 석탄 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중단과 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차 퇴출,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특별대책기구의 설립 구상도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석탄 발전소의 오염 물질 배출 기준 강화와 고농도 미세먼지 경보제 시행을 제안했다. 2022년까지 신차 판매 중 친환경 차 비율도 35%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미세먼지를 국가 재난으로 규정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미세먼지 환경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석탄발전소 신규 승인을 취소하고, 미세먼지가 집중되는 11월부터 4월까지는 석탄발전소 가동률을 70% 정도로 낮출 계획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미세먼지를 국가 재난에 포함하고, 주의보가 발령되면 석탄발전소 가동률을 낮추겠다고 했다. 또 미세먼지 대응 컨트롤타워를 총리로 격상하고, 연간 관련 예산 2배 증액도 공약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미세먼지 관리 기준을 세계보건기구 수준으로 올릴 계획이며, ‘기후 정의세’ 도입도 내놨다.
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공약이 급조돼 구체적 기대효과를 가늠하기 힘들어 보인다. 대체 에너지 생산으로 인한 전기세 인상 가능성이라든지 구체적 재원 대책이 언급되지 않았다. 차기 정권은 미세먼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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