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율사 출신이다. 검찰과의 악연도 컸다. 재야 시절 정치 검찰에 의해 감옥에 갔다. 그런 만큼 그 스스로 가장 자신 있고 확신에 찬 개혁 대상을 검찰로 꼽았던 듯하다. 첫 번째 내각에서 그 의중이 드러났다. 40대 여자 변호사 강금실을 법무장관에 임명했다. 당시 검찰 총장의 사법시험 11년 후배였다. 검찰 경험이 없는 평판사 출신이기도 했다. ‘검찰 조직을 뒤집어 놓겠다’는 노 전 대통령의 의중은 이미 이 인사로 예고된 셈이었다. ▶며칠 뒤,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가 마련됐다. 취임 12일 된 노 전 대통령의 결단으로 성사됐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죠’라는 유명한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조직을 긴장하게 한 일성은 따로 있었다. “(지금의) 검찰 수뇌부를 나는 신뢰하지 않는다.” 이 말이 검찰 조직에 던진 충격은 컸다. 임기가 한참 남았던 김각영 검찰총장이 즉시 사표를 내고 떠났다. 그 후 검찰에는 유례없는 변혁의 물결이 밀어닥쳤다. ▶2010년 12월 20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 입구에 문재인 변호사가 서 있었다. 조현오 경찰청장 소환을 촉구하는 1인 시위였다. 시위는 2011년 4월 26일에도 있었다. 이번에는 ‘차라리 검찰은 문 닫아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었다. 문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인권 변호사로 젊음을 보냈다. 검찰에 대한 둘의 인식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2월, 민주평화국민연대 초청 모임에서 그 일단을 보여줬다. “(대통령이 되면) 정치 검찰 행태 밝히고 인적 청산할 것이다.” ▶이래저래 문재인 대통령의 첫 번째 개혁 작업도 검찰을 향할 가능성이 있다. 하필 검사장 인사가 시급하다. 현직 검사장들은 통상 임기인 1년을 훌쩍 넘긴 채 같은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정기 인사가 있어야 했지만 없었다. 검사장 인사권자인 대통령-박근혜-이 식물 대통령에 빠지면서 초래된 일이다. 노 전 대통령처럼 “나는 검찰 수뇌부를 못 믿는다”며 퇴출을 암시할 필요도 없다. 밀린 검사장급 인사를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단행하면 된다. ▶권력 교체는 필연적으로 사정 기관 수뇌부의 교체를 가져온다. 검찰, 경찰, 국세청, 그리고 국정원이 4대 핵심 사정기관이다. 율사 출신 대통령에겐 검찰 개혁이 가장 우선해 처리된다. 검찰을 잘 알고 법조계 개인 인맥이 그만큼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드러낸 밑그림이 향후 권력 지형의 줄기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 PK(고향), 경희대(학연), 친노(정치)…. 문재인 대통령의 검사장급 이상 인사가 주목된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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