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없는 대북방송… “시끄러워 못살겠다”

파주 최전방 주민들 “소음 노이로제” 호소
軍 “작전상 어쩔 수 없어… 거시적 이해를”

“시도 때도 없이 송출되는 대북방송 소음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입니다.”

 

서부전선 최전방 철책선 주변 지역인 파주시 탄현면 대동리ㆍ 만우리 일대 주민 300여 명은 군이 운영 중인 대북 확성기방송으로 3년째 극심한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며 방음벽 설치 등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10일 관련 주민들과 군 등에 따르면 군은 지난 2015년부터 파주시 탄현면 등지와 불과 10여 m 떨어진 서부전선 최전방 철책선 주변에 대북방송 확성기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군이 지난 2015년 8월 4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대한민국 군인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대북확성기방송이 중단됐던 지난 2004년 6월 이후 11년 만에 재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은 물론 북한 정권의 비판 등을 비롯해 아이돌 그룹의 인기가요 등을 휴전선 주변의 북한군에게 송출하고 있다.

 

문제는 철책선 주변에서 농사를 짓는 탄현면 대동리와 만우리 등 주민들의 농지와 불과 10여m 떨어진 곳에 대북확성기 방송차량이 설치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쏟아내는 방송소리로 온종일 농민들이 극심한 소음공해에 노출됐다는 점이다.

 

신호범 대동리 이장은 “철책선 주변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감내해야 하는 게 너무 많은데도 군은 자신들의 입장만 생각할 뿐 주민들의 소음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며 “농번기라서 논에 가는 게 확성기 소리 때문에 매일 곤욕스럽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우재명 만우리 이장도 “대북확성기 방송차량과 2㎞여 이상 떨어진 노인정까지 소리가 들릴 정도여서 어르신들은 방송이 없는 시간에도 마치 방송을 하는 것처럼 귓가에 환청이 맴도는 고통까지 호소하고 있다”며 “방음벽 설치와 방송시간 조정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은 “작전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대북확성기 방송차량의 운영과 시간 등은 보안상 밝힐 수 없다. 주민들의 불편은 이해하지만, 군의 작전인 만큼 거시적으로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이해를 당부했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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