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丁酉年)은 육십갑자 중 34번째 해다. 뜻대로라면 정(丁)은 붉은색, 유(酉)는 닭을 의미한다. 붉은 닭의 해를 지칭한다. 하지만, 정유년은 또 다른 의미의 해석이 있다. 정은 불(火)을, 유는 금(金)을 상징한다. 불이 쇠를 달군다? 언뜻 보아 강대 강 국면이다.
역사는 정유년을 시련과 변화의 해로 기록하고 있다. 60년 전인 1957년은 한국전쟁이 휩쓸고 간 황폐화된 땅에 변화의 욕구가 용트림했다. 1897년은 대한제국으로 국호가 변경된 후 근대화 의지가 봇물처럼 표출됐고 1837년은 세도정치란 극도로 혼란스런 정세에 민중봉기(동학혁명) 의지가 솟아났던 때로 기록된다. 1597년은 정유재란으로 힘들었지만 세계전쟁사에 기록될 명 승전보 명량대첩을 일궈냈다. 정유년에 일어난 이 모두 시련과 변화의 산물이다.
되돌아 2017년은 어떠했는가. 대한민국 최전선인 광화문이 촛불 민심으로 들끓었다.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건이 있었고 민심은 2대에 걸쳐 집권해 온 보수당에 여지없이 등을 돌렸다. 권불 10년이라 했던가. 또다시 1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는 변화가 되풀이됐다.
글로벌 정치사도 마찬가지다. 미국 대선에서는 보수당 주자로 나선 트럼프가 예상 밖으로 승리를 차지했다. 애초 민주당 후보로 나선 힐러리의 당선이 유력시됐지만, 미 국민들은 새로운 변화의 카드를 택했다. 또 유럽도 이런 도도한 물결을 피해가지 못했다. 프랑스 국민은 우파도 좌파도 아닌 중도 노선의 앙마르슈의 마크롱을 지도자로 선출했다. 30대 후반 약관의 정치가다.
시련은 컸지만, 역사는 변화로 채워졌다. 해마다 봄이 되면 겨우내 숨 죽였던 생명의 씨앗이 활짝 돋아난다.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와 희망 속에 탈바꿈을 시도한다. 구태는 훨훨 벗어버리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다. 2017년 대통령은 시련과 변화의 역사 한복판에 서 있다. 불과 쇠가 함께하는 강대 강 국면, 해결책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역사와 민심은 변화를 원하고 있다. 이게 바로 2017년 정유년, 새 대통령의 사명인듯 하다.
김동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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