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律士 대통령과 檢事長 인사 -Ⅱ-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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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前) 검사장 A는 대표적인 특수통이다. 특별 수사본부가 꾸려지면 단골로 차출됐다. 그가 수원지검장 시절-결국 마지막 근무지가 됐던- 이런 말을 했다. “노무현 정부 때 대선자금 수사는 잘못된 수사다. 단서가 포착된 것은 ○○그룹 한 곳이었다. 이를 근거로 모든 기업을 압박해 대선자금 실토를 받아냈다. 기업들이 살아 있는 권력에 건넨 대선자금을 제대로 밝혔겠는가. 수사의 원칙, 정치적 중립 모두 문제 있는 수사였다.” ▶‘차떼기’로 유명했던 수사다. 성역(聖域)이던 대선자금을 파헤쳤던 최초의 수사다. 노무현 정부의 치적 가운데 하나가 금권(金權) 정치 철폐다. 돈 안 드는 선거가 정착한 것도 그때다. 그 신호탄이 바로 대선자금 수사였다. 약관의 강금실 장관 임명, 검찰총장 퇴출 등을 통해 구성된 개혁 검찰이 휘두른 검찰권이었다. 많은 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수사’로 남아 있다. 그런 수사에 대한 A 검사장의 의외 평(評)이었다. 특수수사의 교과서로 불리던 전문가가 내린 비판이었다. ▶2015년 12월 말. 그에게 전화가 왔다. “하루 이틀 내로 인사가 날 듯하다. 얼굴을 보고 싶으면 지금 들어오라.” 다들 좋은 곳(?)으로 영전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도 그렇게 기대하는 듯 보였다. “서울지검장으로 가면…”이라는 인사말을 당연하듯 받았다. 그런데 사흘쯤 뒤, 그가 사표를 냈다. 이른바 ‘PK 대학살’에 걸려들었다. 새누리당 내 비주류 좌장인 김무성을 견제하려는 인사라고 해석됐다. 차떼기 수사를 정치 수사라며 지적하던 그였다. 공교롭게도 그 역시 ‘PK’라는 정치 분류로 옷을 벗었다. ▶돌아보면 그렇다. 어느 검사든 다른 누군가에겐 정치 검사다. 차떼기를 수사해도 한나라당에겐 참여정부 검사다. 평생을 특수통으로 살았어도 새누리당 주류에겐 김무성파 검사다. 19대 대선에 나선 모든 후보들이 정치 검사 척결을 말했다. 같은 말 다른 뜻이었을 게다. 문재인 후보의 정치검사와 홍준표 후보의 정치 검사는 달랐을 게 틀림없다. 이제 승자(勝者)가 문재인이니 척결 대상 검사도 문재인식 기준이 될 것이다. ▶예상대로-율사 대통령과 검사장 인사(5월10일자 지지대)-문재인 대통령의 첫 개혁 대상에 검찰이 올랐다. 이제, 누구는 좌천돼 옷을 벗고, 누구는 발탁돼 영전할 것이다. 좌천되면 정치 탄압이라 할 것이고, 발탁되면 실력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모두 정치 검사다. 그게 대한민국 검찰 조직이다. 백 번을 바꿔봐야 정권 바뀌면 정치 검찰이다. 바꿔야 할 것은 인사(人事)가 아니라 조직(組織)이다. 사람을 바꾸는 검찰개혁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는 검찰개혁이 돼야 한다. 아직 이런 개혁을 이룬 정권은 없었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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