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외모 패권주의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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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후 ‘증세없는 복지’가 화제다. 새 정부의 복지정책과 관련있을 것 같지만, 그렇진 않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들의 외모가 준수해 이들을 보면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올라간다는 의미다. 누가 처음 이 말을 사용했는지, 기발하고 재밌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즐거워한다.

 

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을 일컬어 ‘청와대 F4(flower4)’, ‘꽃보다 청와대’란 별명이 붙었다. ‘친문(親文)패권’을 패러디한 ‘얼굴패권주의’ ‘외모패권주의’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외모가 준수한 사람들이 현 정부의 요직을 선점했다는 것을 긍정적이면서 우스갯소리로 표현한 것이다.

 

외모 관련 화제가 계속되자 자유한국당은 지난 12일 조국 민정수석을 향해 “조 수석은 잘생긴 것이 콤플렉스라고 해 대다수의 대한민국 남성들을 디스했다”는 논평을 냈다. 즐겁자고 한 얘기에 논평까지 내자 오히려 웃음거리가 됐다. 개그를 다큐로 받은 꼴이다. 13일 봉하마을을 찾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저는 외모가 안 돼서 못 들어갑니다”라며 청와대 입각에 뜻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밝혀 웃음을 주기도 했다.

 

취임 후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친근한 이미지로 호평을 받고 있다. 많게는 20년 이상 젊어진 참모진 발탁 역시 좋은 반응이다. 국정농단으로 대한민국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박근혜 정권을 국민의 힘으로 교체하고 새로 들어선 정권인 만큼 기대와 애정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권위의식을 내려놓은 새 정권에 대한 친근감의 표시일 수도 있다.

 

대통령 스스로 양복 자켓을 벗고, 참모진과 청와대를 산책하며 테이크아웃 커피를 나누고, 직원식당에서 스스로 밥을 퍼 같이 먹고, 시민들과 셀프 카메라를 찍는 인간미에 국민들은 대통령을 더 멋지게 본다. 과거 정부처럼 권위를 내세우고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꽉 막힌 대통령이었다면 외모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이처럼 열광하진 않았을 것이다.

 

일단, ‘청와대의 남자들’은 성공적인 것 같다. 하지만 결국은 외모가 아닌 정책과 능력을 통해 냉철하게 평가받는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잘 생긴 얼굴도 국민을 외면하고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국정을 잘 수행하지 못하면 꼴 보기 싫은 인물이 된다. 스마트하고 탈권위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준수한 외모만큼 국정수행도 잘해 국민들의 많은 박수를 받길 기대한다. ‘증세없는 복지’가 계속되기를….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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